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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이슬과 노을 2023. 1. 12. 22:33

돌아가자 꽃피는 전원에 왜 안 돌아가랴.  몸때문에 마음도 힘이 들었지.

어째서 탄식하며 슬퍼했던가. 지나간 일들을 고칠 수 없고

앞으로의 세월은 바꿀수 있네. 길은 잃었어도 멀지 않으니

이젠 옳고  어제까진 잘못이었네.

흔들리는 작은 배 허공을 탄 듯  바람이 불어와 옷깃 날리고

길손에게 앞길을 물으러 갈 때  새벽빛 희미함이 아쉬우리라.

내 집이 바라보여 기뻐서 달려가면, 종 녀석은 반기고 아들이 기다리지.

오솔길 우거진 곳 꽃과 나무 여전하리. 아들과 방에 들면 술동이에 가득한 

술. 홀로 잔을 들어 술을 마시며 뜰 안의 나무를 바라다보자.

창문에 기대어 미소 지으면 두 다리 쉴 곳이 편안하리라.

앞밭은 나날이 아름다워져 대문은 있어도 항상 열렸다. 산책을 하다가

쉬기도 하고, 때론 고개를 둘러보나니, 구름은 무심히 산 위로 솟고

날던 새 피곤하면 돌아오는 곳. 햇볓이 은은히 져 가려 할 때 한 그루 소나무를

어루만지리. 돌아가자  교제나 노는 일 모두 끊으리. 세상과 나는 잊기로 하자.

수레 타고 더 무엇을 구할 것인가, 친척의 정담에 즐거워하며  거문고와  책읽기

를 맘껏 즐기리. 농부는 봄이 왔다 내게 전하며 서쪽 밭에 농사일 나가자 하리.

마차를 타거나 작은 배 저어 깊고 깊은 계곡을 찾아서 가면, 산길은 구불구불

 거칠긴 해도 나무들 무심하게 우거졌으리.  샘물은 바야흐로 졸졸 흐르고 만물도

제때를 만났음에랴. 내 삶이 머물 곳 이제 알겠네.

그만두자. 인생이란 얼마나 짧은것인가. 뭘 위해 허둥지둥 살아가는가. 부귀는 

내가 꾸는 꿈이 아니요, 천당 가는 기대란 할 수 없는 것. 좋은 새벽이면 나 홀로

나가 지팡이 세워놓고 김을 매리라. 언덕에 올라가 휘파람 불고, 맑은 시내에서

시를 쓰리라. 자연의 섭리따라 살다 가노니 천명을 즐길 뿐 뭘 걱정하랴.

                                 -- 도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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