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세상에!"
누가 내옆에 바짝서며 놀래는 소리다.
전혀 알지못하는 얼굴이다.
"누구세요?"
참 실례되고 매력없는 내 말에 내가 흠칫한다.
"아니, 이 비를 그렇게 대책없이 맞고 천천히 가시는 뒷모습이라서...."
우리는 이미 우산안에 둘이 되어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안 씌워줘도 되는데요"
아주 열심히, 아니 너무 마음쓰며 내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는 그녀!
" 아, 이런게 찡하는거고, 생활이고, 인정이고, 그러면서 우리모두는 살아가는건가?"
따뜻한 정은, 낯선 얼굴에서 느끼고 있구나. 오늘의 허망함을 이 여인이 달래주는구나 싶었다.
내 머리는 폭발할 듯 했고, 빨리 걸을수도 없어 천천히 걷던 나는 사실 오늘 이 비가 고마웠었다.
언젠가 나도 망설임없이 비를 흠뻑맞으며 걸어보고 싶었는데, 이런 사람을 만나는구나.
기어이 집까지 데려다준다는걸 사양하고 더 천천히 걸었다. 비에 약한 나! 지금 이 나이에도
눈보다 비가 좋은데, 오늘은 몇시간을 인사동에서 보냈다.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자아를 발견한다는데 나는 그 경지를 넘어서고 싶다.
뜨겁게 샤워를 하고 잠옷위에 파카까지 껴입고 이걸 두드리고 있다.
나는 얼마나 추운 사람인가? 장농속에 저 겨울옷들은 나에게 따뜻한 마음까지는 못주고
내게 등을 돌릴건가? 등은 내가 돌려야지..... 모든 것에서, 모든 사람에게서도 내가 먼저
등 돌리고 싶다.
흘러간 노랫말이 떠오른다.
"내 통곡의 의미를 알며는, 다시는 비가 안내려야지
빗줄기 타고서 이가슴 때리는 내 젊음의 몸부림!
통곡을 했었다. 메아리도 없었다.
그러나 조용히 가버린 내 젊음의, 내 젊음의 야생마
비가 내리는 밤이면, 비가 내리는 밤이면....
20대 시절에 참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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