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알뜰히 못하고, 음식도 잘 못하는것이, 나에게 따라다니느 유감스런 일인데,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꾸려나가는데, 김치담는건 정말 스트레스이고 힘이 들고, 마치고 나서 혼자 궁시렁거린다. 웃음도 나온다.
나같은 사람은, 이대로 내가 지닌만큼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 말고 두식구가 젼혀 김치를 안먹는
기이한 집에서 나는 항상, 나혼자만의 얼갈이김치와 한여름의 열무물김치로 사는데, 김장때는 꼭 누군가가 내 김치를
들고 찾아온다.어느때는 두 세사람이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와서 김치부자가 되곤한다. 얼마나 딱하게 보였으면 지인
들로 하여금 열심히 챙겨주게 만들까 싶어도, 나는 나대로 넘어가지 못하며 혼자먹을 김치를 담고 산다.
엄마어깨너머로 보고배운 여름물김치 하나는 자신있게 해 먹는데, 대신 엄마가 그리워 사무친다. 미국에 살때, 그 김치가
너무 간절한데, 열무를 구할수 없어서 대형마트에 가서 열무 비슷한 야채를 사다가 열심히 담아보았는데, 멀리서 사는
지인부부가 성당 모임에 온다고 하길래, 큰 병 하나에 담아서 건네주었더니, 아니 그게 빅 힛트를 칠 줄이야!
밀가루 풀을 묽게 쑤고, 빨강 파랑 고추를 송송 썰어넣어 담그면, 중독처럼 내 입에 맞고, 그 미국땅에서 비스듬하게 두병 담가놓고 든든하던 참에, 내가 좋아하던 부부에게 주고싶은 마음에 주었는데, 그 남편분이 너무 맛있다며 " 그래, 이거야. 이게 바로 그맛이야" 그러면서 아내에게 당신은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하는 바람에 부부싸움을 했다고 전화를 해주었다.
어째 그 맛을 내느냐고 물어 당황했었던 먼 옛날의 기억이 따라온다. 그 남편분에게, 내가 음식솜씨 좋은 여자로 보인거다.
항상 김치를 담아주던 엄마에게 고백했었다. 엄마도 그 열무를 구할수가 없으니까, 그냥 열무 비슷한 풀을 사다가 담갔는데
그런일이 있었다고 ..... "아이고! 내 새끼가 머리도 좋지, 우찌 그런생각을 하고 덤볐을꼬! 소가 뒷걸음 치다가 일을 냈네?"
진심으로 대견해하던 엄마! 떠나가신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런 기억은 나를 미소짓게 한다.
사춘기 아들을 데리고 사는 딸에게, 엄마는 항상 내 새끼! 불쌍한거 하며 가슴아파했었다. 왜 미국은 와 가지고 그 고생을 하느냐며 열심히 기도하던 엄마를, 언니집에 들렸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일이 있었다. 2층에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곳이고, 그 기도가 끝나면 아래층에 내려와서 성모님 모신 탁자앞에서 따로 기도하는 그 모습을 우연히 보았었다. 큰딸이 직장에 가고 없는 낮시간에만 올리던, 나만을 위한 특별 기도였음을 알고는 목에 메였었다. 내가 엄마로부터 유난히 편애를 받고 있음은 알고 있었지만, " 성모님, 우짜던지 우리 불쌍한 넷째딸이 "반쪽머리"가 안아프게 낫게 해주시고...."
지금 난 몇십년동안 신기하게도 그 편두통을 겪지않고 산다. 물론,치유은사를 지닌 미국여성을 아주 멀리로 찾아가서 기도받으면서 사라졌지만, 엄마의 그 간절한 기도가 그녀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을까 믿는다. 내가 그 치유의 은혜를 받을줄을 생각도 못했었기에, 나와 다른 개신교신자인 남편에게 그 사실을 얘기하며 의견을 물었었다. 당연히 믿는다고 해주었다.
20여년을 시달리던 편두통! 조금만 신경쓰거나 긴장하면 찾아와 3일을 버텨야 사라져주던 그 편두통 얘기를 하는자체가
민망하지만,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도, 찾아오지 않는 그 신기한 일을 경험하면서, 나는 엄마의 그 간절한 기도가 떠오른다.
"우짜던지 우리 불쌍한 넷째딸이 "반쪽머리가"가 안아프게 해주시고....." 부모의 자식사랑은 그야말로 끝이없고 맹목적인 것임을 누가 부인하랴 싶으면서 오늘밤 더욱 엄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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