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광야

이슬과 노을 2022. 7. 2. 17:17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새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 시집--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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