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서릿발 칼날 진 그위에 서다.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어디다 무릎을 끊어야 하나
흰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이러메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이육사-- (문장 12호.) 1940. 1
두 손은 함뿍 젹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문장 7호. 193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