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오늘

이슬과 노을 2022. 6. 22. 02:10

오늘 하루는 마음이 많이 울적한채로, 여기 저기 무엇인가를 찾아 일을 하면서 보냈다.

좋은 글을 읽으며, 음악도 들으며, 그러면서 나름 지낼만한 내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언지 모를 묵직한 것이 가슴을 내려누르는듯이 힘들게 했다. 외면할 수 없는 그 무게감!

그 이유중의 가장 큰것이 내 곁을 떠나버린 탓이다. 음악을 깔아놓은채, 9시간도 14시간도 

돌처럼 앉아 손을 움직이던 내 바느질이 이제 완전히 떠나갔음을 인정하는 반년속에 내가

서 있다. 그 반년의 시간! 을 무척이나 힘들어하며 투쟁같은것을 했다. 인정하기가 싫어서

울기도 많이 했지만, 통 큰 척, 내가 지닌 자료들을 미친듯이 대형박스에 꾹꾹 눌러서 3차례

에 걸쳐 후딱 보내버렸다. 9박스에 담아 얼굴도 모르는 어떤 여인에게 부쳐보내고 나서 

혼자 달랜말이 있다. "이제 끝났어. 완전히 끝났고, 이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이 그 빈자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더 무얼 아쉬워하는거야?" 그 빈자리가 너무나 엄청났고,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 성취감을 어디서 얻을수 있나 싶다. 대신, 확신도 없는 내 다리를 끌고

열심히 침을 맞으러 다니는 일에 열중하면서  제법 적응하는듯 했는데, 오늘같은 날이 오는 걸

예감도 못했던 양 나는 세삼스럽게 당황한다. 이것이 내 한계구나. 내 마음은 더 이상 착각이라도 

할 수 없이 완전히 무너져버렸고, 그 무언가를 잡으려고 허우적거리고 있구나 하는 마음........

내일, 도서관에 가는 날! 그 하루는 내게 주어진 특별한 날이고 나들이다. 3주에 7권의 책!

캐리어를 끌고 또 택시로 움직이는 그 일은 내겐 혹독한 의무처럼 되어버렸다. 중환자가 되어서 모든걸

포기하고 서울도 못가지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일이 유일한 일이지만, 다시 시작해서 열심히 지킨다.

정확히 22년된 취미생활! 이 일이 지금의 막막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내주는것 같다.남편이 그렇게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책 심부름도 해주고, 응원해주었던 기억때문에 가끔 멍하니 가슴아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되는 내

남은 시간을 위한 준비였던가 하면서 위로한다. 이제부터는 고집스레 서 있기만 하지말고, 대충 대충 뽑아서

책상위에 쌓아놓고, 느긋이 앉아서 훑어가며 읽다가 힘에 겨우면 추려서 나오자.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곳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직원이 지켜보면, 내가 먼저 도움을 청한다. 한손으로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책을 꺼내지도 못하고,

다리는 아프고 하니까 저절로 민폐를 끼치게 된다. 찾기 힘든 책 이름을 적어 보이면서 찾아달라고 하면, 다른 도서관에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고 대신 신청해서 받아주겠다고 하는 때는! 내가 절대 사양을 해야 편하다. 내가 무슨 그런 일을

거쳐가면서 까지야......? 적당한 도움은 이미 익숙해있어서 스마일까지 하면서 연신 감사를 표하면 되지만!

이전 동네에서는 영화보는 방이 잘되어 있어서, 나는 캐리어에 필요한 책을 묶어놓고도 영화한편을 고르면,나머지는

어떻게 그렇게도 재빠르게 도와주는지, 헤드폰까지 씌어주고 볼륨조절까지 해주고, 나간다. 영화가 끝나면 알려달라고,

마무리도 당연한듯이 나를 편안하게 도와준다. 그렇게 5년쯤 정이들다가 이사오면서 마지막 인사도 체면껏 하고 왔다. 

여기 와서도 그 지팡이 때문인지, 당연한듯 배려해주어 그냥 도움받기로 하고 다니니까 차라리 편하다. 오며 가며 콜택시

순서가 좀 힘들어도, 이렇게 누리고 즐기는 일이 있음에 감사해야 하지 싶다. 그래서 내겐 마지막으로 허용되는 나들이!

이마저 놓치지 않기를 바래본다. 

오늘의 울적함은, 스스로의 수다로 어느덧 위로받고 있는 나! 엄마와 가족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에게 수없이 들으면서

살아온 내 모습이 참으로 많이 달라졌지 싶다. "....... 그래서야 어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니?"

여고시절엔 "보드레 화장품 공장장" 이라며 띄워주고..... 마음이 강하고 여리고 그것과는 상관없는데, 가끔 드러내는 내

대단한 용기와 고집에 기막혀하던 그 친구들이 그립다. 흑인과의 대치에는 무섭게 돌변하며 살았던 이민생활이었지만

그것도 지혜를 얻고부터는 미소를  띈채 넘기기도 했다. "정말? 너 참 멋있다." 그렇게 나가면  금방 "헤블레" 하던 흑인들

의 그 단순함이 매력이기도 하고, 순수함이기도 한듯 느껴지고 했었다. 파고들면 결국 거기서 거기, 복잡할것 까지 없이

살아가는게 답이 아닐까 싶다. 내일, 아침일찍 침을 맞고 점심요기를 하고 들어가서 너무 휭한 가슴을, 달래고, 열심히 읽고, 또 영화 한편까지 감상하고 돌아와야겠다. 비비안리의 그 매력을 찾아볼수 있을까? 돌아와 누워서 잠들어버려도 자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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