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우울에 대하여

이슬과 노을 2022. 5. 9. 23:32

나는 너를 피하여 포도주를 마시고 친구에게로 갔다.

너의 어두운 눈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팔 속에서, 라우테의 음율 속에서

나는 불신의 아들인 너를 잊었다.

 

그러나 너는 항상 나를 따라 다니고

내가 노여움과 슬픔으로 하여 마시는 술 속에도

사랑의 무더운 밤 속에도 너는 나와 함께 있었다.

내가 너에게 던진 비웃음 속에도 있었다.

 

내가 막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너는 나의 지친 몸을 식혀 주고

들뜬 머리를 너의 무릎 위에 얹어준다.

나의 모든 방랑은 너에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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