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시인의 모습

이슬과 노을 2022. 5. 6. 23:24

나에게는 자주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다.

살고 있는 것이 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는 시를 쓰며 언어를 가지고 유희를 한다.

심술궂은 말, 얌전한 말

풍요로운 말, 빈약한 말을.

그리고 말이 고요히 물결치는 호수로 헤엄쳐 간다.

종려나무가 우거진 섬들이 멀리 파아랗게 떠 있다.

물가엔 향기로운 바람이 불고 있고

어린아이가 영롱한 조개껍질을 가지고 놀고 있다.

눈처럼 흰 여인이 혼자 초록빛 수정 속에서 목욕을 한다.

바다위를 색채의 비가 지나가듯이

나의 영혼에 싯귀의 꿈이 스쳐 가고

환락에 젖고 죽음의 슬픔에 잠기면서

춤추며, 뛰고, 넋을 잃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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