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온지 2년 남짓,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주고 다정한 친구로 여기고, 그리고 수필란에다 그녀를 일컬어
"참으로 이쁜 그 여인"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나는 계속 놀라고 있다. 내 블로거에서 그녀가 꾸준히
상위권에서 물러나지 않고 읽히고 있음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 그리고 사람마음이 다들 비슷하다는 것!
거의 칩거생활을 하며 살고있는 내가, 일주일에 한번쯤 시장을 보러 나가는 길 한켠에 노점을 차려놓고 남편과
함께 장사를 하고있는 그녀가, 차츰 내게 이쁜모습으로 비춰지고, 그리고 환히 웃으며 맑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그녀가 차츰 다정해졌었다. "나오셨어요? 다녀오세요." 다녀오라는 말은 내가 그녀에게 살 물건을 미루고
대형마트에서 볼일을 다보고 나오면서 챙겨가는 것을 알고있는 그녀의 쎈스? 나는 같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고 지나가게 되었다. 단골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는데, 내가 혼자 살면서 웃을일도, 말할 일도 없이 사는탓도
있지만, 사람사귀는데 인색한 내가, 뒤늦게 살면서 알아가는 인정을 그녀로부터 느끼고, 내 스스로 함박웃음을
건네게 된것은, 아마도 내가 외로웠던 시기와 맛물려 그녀를 만났고, 유심히 보게되어서 이사온지 첫번째로 다가온
내 짝사랑(?)같은 존재가 된듯했다. 어느날, 아이크림 한통을 들고가서 손에 쥐어주었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피하는
그녀!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이뻐서 그래요. 동생처럼 여겨져서.... " 내가 컴퓨터에 올렸는데, 인기가 짱이라우 글쎄?" 제목까지 설명하니까 더더욱 놀라며 "세상에나, 저를 올렸다구요? 저는 컴퓨터를 못하는데, 아무튼 거기다 올리셨다니
이상하네요. 좋은거예요? " 어느새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며 내손을 잡아주었었다. 가꾸지 못해서 얼굴이 너무 검고 거칠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는 나였다. 저만큼에서 걸어오는 나를 용케도 알아보고 멀찌감치에서 크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굳어있던 표졍이 풀어지고 함께 웃게되는, 시장나들이에서 우리는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다치고 난뒤, 그녀가 보이지 않아서 궁금하던 차에 어제 처음 만나서,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는데, 그녀가 표정이 너무 굳었다. 웃지도 않고 대답도 건성인채 멍한 모습이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남편이 안먹어요. 자꾸 화만 내요" 표정도 목소리도 너무 낯설어서 다그쳐묻는 나에게 남편이 위암이라는 말만 했다. 서울연세대병원에 있다가 나왔는데 집에 눕혀놓고 혼자 다시 장사를 하는모양인데, 그냥 위암판정이 아니라 위중한듯해서 더 자세해 말을 시키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택시정류장까지 내 짐을 들고 바래다주고는 돌아서가던 그녀가 눈에 밟혀 잠을 설치고 오늘 다시 찾아갔다.
축의금도 아닌 내 마음의 표시를. 한참을 싱갱이해서야 건네주고, 너무 놀라고 피하는 그녀를 자꾸만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돌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너무 없었다. 이쁜 그여인으로 불리던, 그녀의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 감당이 안되었다. "세상에 이러시는 분이 있다는게 이상해요. 제가 복이 많은가봐요" 워커를 끌고 찾아간내가 부담스럽게 한게 미안해서 그냥 똑같은 말만 했다. "남편분한테 잘해드리세요. 돈도 자식도 다 허무해요. 남편이 최고예요. 남편밖에 없어요."
동반자를 먼저 보내고 나서, 못해준 일만 떠오르고 후회가 되어 정말로 무너지는 내가슴을 그녀가 겪게 될까봐 걱정되어서 한다는 내 말이 참 웃읍지만....... 살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말 이상한 것은! 어제처음으로 그동네의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오는길에 좀 떨어진 그녀의 노점을, 워커를 끌고 일부러 걸어간 마음에 끌려 그녀를 만났고, 오늘도 침을 맞고나서 들려, 어제 못한 말을 해주고 돌아올수 있음이 정말 우연이었다. "좀 안아주고 와야지" 하는 마음은 감상이 아니고 정말 내 마음이 우울해서였다. 환자를 집에 눕혀놓고 혼자 나와서 장사를 하는건 생계문제가 아닐까? 그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까? 누구나 본인이 직접 닥치기 전에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삶의 구비구비인것을.....
오늘 나는 한의사선생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집에 누가 시중들어주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다가 알게된 내 상황을 인정사정없이 각인시켜주는 말이었다. 퇴원해서 그냥 빈 집에서 나 혼자 해결한다는것과, 워커에서 언제쯤 지팡이로 바꿀수 있겠는지 좀 봐달라며 워커를 밀쳐두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게, "지금 환자분은 의자에 앉는일도 독이고
누워서 있어야만 하는 상태인걸 모르세요? 누군가 지켜보고 시중을 들어주어야만 하는데..... 세상에!"
주위 몇사람이 쳐다보고 있는데서 그렇게 야단을 맞다가 돌아서서는, 곧장 그녀의 노점을 찾아가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나는 이런 지경이야. 알아. 내가 이제 매일같이 침을 맞는일 밖에 없는거야. 택시비가 한달에 24만원? 진료비는
하루에 2400원? 너무 싸다. 한달쯤 맞고 그만두는거야. 어차피 내 몸은 회복이라는 게 없고 진통제맞으러 매일 찾아다닐
힘도 없고..... 난 알고 있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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