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오이서리

이슬과 노을 2022. 1. 20. 01:58

오이서리라는 말이 있었다. 시골에서는 익숙하지만, 나처럼 잠깐 살아본 시골에서는 낯설고 웃으운 일이다.

어느날, 동네머슴애들이 우리 두 여자애를 끼어주며 밤서리를 나섰다. 신기하고 가슴콩닥거리며 따라간

그 곳은 수박농사지은 곳이었다. 한 애가 능숙하게 수박하나를 들고 와서는 모두 앉으라고 했다. 빙 둘러앉은

그 가운데 앉아서 호기롭게 주먹으로 "쾅" 하고 내리쳤는데 수박이 쩍 갈라지고 애들은 박수를 친다. 나는 따라

하기가 쑥스러워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할 참이었다. 애들이 다투며 수박한쪽씩을 먹으면서, 그냥 쳐다보고만 

있던 나를 가리키며 마음껏 놀려대고 난리였다. 싫컨 놀려대고는 좀 큰 수박한쪽을 먹으라고 주어서야 나는 마음

놓고 맛을 보았다. 같이간 여자애는 남자애들과 한편이 되어 놀려대기나 하고, 나를 보호해줄 생각이 없어서 섭섭

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혼자 바보가 되기는 싫은, 오기는 있어서 같이 어울리는 척하며 버텼다. 신나게 먹고는 

정작 목적이었던 오이밭으로 가는거다. 수박은 크고 무거워서 서리하기가 불편하니까, 주인이 없을때를 잘 알아두었

다가 편하게 그자리에서 배부르게 먹는거고, 진짜 그날의 서리는 오이라고 했다. 모두들 허리에 주머니나 비닐봉투

처럼 오이를 담아갈 준비를 하고 왔는데, 나야 일러주지않으니 그런것도 없었거니와 훔쳐싸갈 생각도 없었다.

주인이 어디서 감시를 하고 있을지 모르니 모두들 엎드려 기라고 했다. 그말을 듣는순간 가슴이 마구뛰고 숨이차고...

누군지 모르지만 주인이 달려와 내 멱살을 잡을것같던 공포였다. 기어가면서 양쪽두손으로 오이를 간단하게 따는범을

가르쳐주던 여자애 옆에 붙어서 떨어지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으로 기어가면서 그애가 들고온 가방에다가 한개씩 한개씩넣어주었다.멋모르고 입고있던 치마를입은채 따라가서 그 밭을 기어가는것은 치마도 억망이 될뿐 아니라 종아리도 상처가 날거고..... 집으로 도망을 가고싶어  울고싶었다.그 깜깜한 오이밭을 빠져나온다고 해도 어떻게 어디로 해야 우리집

까지 갈 수 있을까 싶어서 참 기막혔다. 그때 대장이 저만치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호랑이떴다. 튀자"

순식간에 난리가 나고 사방으로 도망가는중에 같이간 여자애가 내게 "너! 집알지? 갈수있지" 혼자 잘 조심해서 가봐?

그리고는 인정없이 가벼렸다. 기막히고 무서워서 나는그냥 울어버렸다. 그 깜깜한 밤에  나혼자는 절대 길 수없으니! . 어느 남자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대뜸 "너가 오이밭서리한 애지? 너, 윗동네 공장하는집 딸 아니니?그런집 애가

나쁜놈들과 함께 오이서리를 했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누가 자전거로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고, 엄마가 너무 놀라서누워버렸다.잠시후에 어제 그오이밭주인이 찾아와, 대뜸 손해보상하라고 했다.이집은 부자니까 보상할수있을거유"

며칠동안 나는아파서 학교도 못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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