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매화 모음집"

이슬과 노을 2021. 12. 16. 23:46

                                       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으니 여섯 편이다.

 

1. 밤이 차다

   외딴집 창문에 홀로 기대어 앉으니

   매화가지 끝에 달이 떠오른다.

   바람 한점 없으니

   뜰에는 맑은 향기가

   저절로 가득하겠구나

 

2. 산 속의 밤은 적막하고

   온 세상이 텅 비어 있는것 같다

   흰 매화와 차가운 달이 늙은 신선의 벗이다.

   이 가운데 들려오는 앞 시내 여울물 소리

   강할 때는 상성이오

   약할 때는 궁성인듯

 

3. 뜰을 걷는데 달이 나를 따라온다

   매화나무 둘레를 몇 번이나

   일어날 줄 모르고 밤 깊도록 앉아 있으니

   옷에는 향기 가득

   몸에는 그림자 가득

 

4. 우리 매화 향이 늦게 핀 뜻을 알겠어요

   추위를 겁내는 나를 위해 일부러 그랬군요

   고마워요, 이 밤이여

   병든 몸 어서 나아서

   밤새도록  저 달과 어울리고 싶군요

 

5. 재작년에 이곳에 와서 몸에 젖는 향기에 흐뭇했고

   작년에는 병이 나아 또 다시 꽃을 찾아왔었지

   이제 서호의 빼어난 세계를 버리고서

   또 서로의 흙먼지를 덮어쓰고 어찌 바삐 돌아다닐까

 

6. 늙은 간재의 편지를 받고

   회용이 지은 매화시를 세번 거듭 읊으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한숨을 짓는다

   한 잔 술 권했던 그 뜻을

   지금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천 년 전의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가슴에 젖는다

   추위를 겁내는 나를 위해 일부러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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