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으니 여섯 편이다.
1. 밤이 차다
외딴집 창문에 홀로 기대어 앉으니
매화가지 끝에 달이 떠오른다.
바람 한점 없으니
뜰에는 맑은 향기가
저절로 가득하겠구나
2. 산 속의 밤은 적막하고
온 세상이 텅 비어 있는것 같다
흰 매화와 차가운 달이 늙은 신선의 벗이다.
이 가운데 들려오는 앞 시내 여울물 소리
강할 때는 상성이오
약할 때는 궁성인듯
3. 뜰을 걷는데 달이 나를 따라온다
매화나무 둘레를 몇 번이나
일어날 줄 모르고 밤 깊도록 앉아 있으니
옷에는 향기 가득
몸에는 그림자 가득
4. 우리 매화 향이 늦게 핀 뜻을 알겠어요
추위를 겁내는 나를 위해 일부러 그랬군요
고마워요, 이 밤이여
병든 몸 어서 나아서
밤새도록 저 달과 어울리고 싶군요
5. 재작년에 이곳에 와서 몸에 젖는 향기에 흐뭇했고
작년에는 병이 나아 또 다시 꽃을 찾아왔었지
이제 서호의 빼어난 세계를 버리고서
또 서로의 흙먼지를 덮어쓰고 어찌 바삐 돌아다닐까
6. 늙은 간재의 편지를 받고
회용이 지은 매화시를 세번 거듭 읊으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한숨을 짓는다
한 잔 술 권했던 그 뜻을
지금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천 년 전의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가슴에 젖는다
추위를 겁내는 나를 위해 일부러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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