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있는데, 나는 그 가을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감사하는 나로 익어간다.
이렇게 아름다울수도 있구나, 자연은 참으로 오묘하게 인간에게 스스로 깨닫게 하고 감탄하게 하고, 그리고 묵묵히 항상그 자리에서 지켜보고있구나 하는 생각을! 긴세월을 거치면서 만나고 보내주던 가을이라는 계절에 나는 어떠했던가?
이런 복잡한 감정은! 그 긴세월을 다 보내고나서야, 이제야 절절하게 사무치게 짓눌러온다. 수십번을 보내면서도, 상상도
못한 감정들과 회한이 이처럼 강렬한것은, 그 세월을 놓치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거구나 싶다. 되돌릴수도, 다시 가질수도 없는 그 세월이 너무나 아쉽고 귀한거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얕은 내 가슴, 소진해버린 시간과
움켜쥔 모래가 손가락틈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가듯, 그렇게 나는 내 시간과 내 자신과 내 인생에 대한 소중함 또한 함께 놓쳐버리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허망함을 안고 자꾸만 걸었다. 집과는 반대로, 내가 좋아하던 그 가로수길을 찾아갔을때 내 앞에 펼쳐진 그 아름다운 가을정경! 내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감탄사와 함께 사진을 찍어대던 나는 노을지던
그 싯점에서, 황홀함 그 자체였고 경이로움이었다. 여기 이곳에도 충분한 가을이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어둠에 묻혀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채, 요즘 유행어처럼 "멍" 때리는 시간에 나를 맡기고 있다.
서울이 아니고 지방이라서 이런 혜택을 받는구나 하고 감사한다. 우리집을 중심으로 사방이 가을이 풍성하다. 온갖색깔들의 단풍나무들이 조금씩 물들다가, 그리고 이제는 작은 가지의 여백이 드러나면서 잎들이 떨어지는 미세한 변화를
우리집 베란다를 통해서 보여주는, 깊어가는 가을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혼자 감탄하기도 하고, 잎을 떨어트리고 비워져가는 가녀린 가지에 쓸쓸해지고, 참으로 내 감정이 유치함 그 이상이다 싶기도 하다. 수시로 내다보며 평생누려보지못한 호사를 하고있는것 같다. 서울을 떠나 내려온지 8년! 그 세월을 어둡고 막막한 긴 터널을 거쳐나오면서 겪은 아픔끝에 이곳에 정착하고 2년을 보내면서, 비로소 가을이 보이고 그 깊이를 느끼고, 작은 일상의 여유도 갖고있음을 뚜렷이 느낀 오늘하루다. 아, 이것이 새로운 세상이구나, 고난끝에 가슴에 받아안은 작은 행복이겠구나 한다. 여기에 이르면서 나는 작업을 포기하느라 아팠고, 그 대신에 어떻게 채우는방법도 터득해가고 있다. 포기한 작업때문에 한켠에 밀려있는 많은 양의 재료들속을 조금씩 살피고 찾아내어 필요한 선물용품들을 한가지씩 탄생시키는 일을 느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이루어내고있다. 그 묘미는 나만이 아는 보람과 성취감과 행복이 주어진다. 돈으로 비교될수 없는 귀중한 마음의
선물들을 자꾸만 만들어가기로 결심하면서 비로소 그 공허함을 이겨낼수 있었다. 나는 왜 하필이면 바늘에 나를 맡기고
반듯한 바늘땀에 정성을 바치는 느낌에 몰두할가 싶기도 했지만, 내게는 가장 큰 동행이고 힘이다. 오늘 다녀온 그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보여준 황홀함, 참으로 좋은 순간이었다. 가을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는데, 나는 혼자서 누리는 은밀한
가을을 함께 하고 있어서 행복해도 될것같다. 좀 떨어져있어 자세하게 보이진 않지만 저만큼 멀리 있는 낮은 산등성이에
한해의 농사가 마무리되어가고, 이제 다 자란 배추만 남아있는듯한데, 그 배추가 갑자기 찾아오는 한파로 얼어붙어 망쳐버리지 않았으면 하고 혼자 걱정이지만, 그 또한 주인님들의 손길로 잘 수확해 가리라 생각하면서 웃는다.
멀리서 어느 아낙이 열심히 농사짓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제 남은 배추걱정을 하고 있음을 그들은 모르겠지만, 이것
또한 자연이 주는 선물때문에 공유하는 그들과 나의 행복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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