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작약 ( 황보탁 )

이슬과 노을 2021. 10. 22. 22:04

꽃에 주인없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임금께서  매일 친히 보아주시는 걸

응당 초여름을 맞아야 하거늘

혼자 남은 봄을 지키고 있네.

낮잠 자다 바람 불어 깨어나니

새벽 단장이 빗물에 씻겨 새로워라.

궁중의  여인이여  질투 마시게

닮은 듯 보여도  결국 진짜는 아닐지니.

 

                                                          만 이랑 연꽃 핀 못에서 ( 김종직 )

 

만 이랑 성 옆에 만 이랑 연꽃   나그네 고삐 잡고 푸른 연기 속에 서 있다.

곳곳이 비를 버티니  진실로 우산이 되고

깨끗이 물길 견디니 진정 신선인 듯

꽃다운 마음 사항처럼 짙어 너무도 사랑스럽고

배보다 큰 푸른 연꽃 없는 게 안타까워라.

 

                                                    겸선에게 화답하다. ( 김종직 )

 

좁은 세상 공명을 쉽게 버리지 못하니

마음 속 쌓인 의심 그 누가 알겠소.

반평생 이미 시서의 그릇됨 만들었고

천리 밖 부모 봉양 도리어 저버렸소.

세상 보며 미친 듯 웃느라고  갓끈 자주 끊어지고

집안살림 계획 졸렬해 술동이 늘 말라 있지요.

근래에는 오직 익숙하지 

불에 탄 머리가 높은 관직을 향할까 걱정스럽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