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어느 여름 남정에서 신내를 ( 당의 맹호연 )

이슬과 노을 2021. 10. 9. 00:59

산의 해 홀연히 지고  못의 달 점차 동으로 오른다. 머리를 풀어 헤치니 밤기운 서늘하고,

문여니 한가하고 시원한 기운 밤에 드네. 연꽃에 이는 바람, 불어오는 꽃향기

대나무에 듣는 이슬, 들려오는 맑은 소리

금을 타고 싶으나 알아줄 친구가 없음을 한하네.

이런 저런 생각에 친구가 그리워  한밤에 애써 꿈속에서 그리워하네.

                                                

                                               한여름에 (송의 소순흠 )

집안 깊은 구석 발 깊게 드리우니  낯 그림자 텅 비었고, 산들바람 가끔 불어와 검은 댓가지 움직이는 게 보이네

연못 속엔 물풀 가득하고 물고기는 알을 낳고, 뜰아래 짙은 그늘에 제비가 새끼들을 데려온다.

비온 뒤 아이들을 보니, 서로 떨어진 열매를 다투고, 날이 개어 손님과 함께 낡은 책을 햇볕에 바랜다.

그윽한 곳에 살아도 세상일에 끌리는 일 면하지 못하니,  이몸과 세상이 서로 잊는 일은 술 마시는 일에 있구나.

 

                                                    시골집 ( 당의 왕유 )

저녁 햇빛 마을 비추고, 외진 골목길로 소와 양 돌아온다.  

촌 늙은이 목동을 염려해  지팡이에 의지해 사립문에서 기다린다. 

꿩은 울고 보리 싹은 꽃피고  누에가 잠들어서 보니, 뽕잎이 듬성듬성 해졌네.

농부는 호미 매고 돌아오며 서로 만나면 정담을 나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