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충격

이슬과 노을 2023. 6. 26. 21:01

한국의 나와 미국의 작은언니! 우리는 둘이서 그야말로 한마음으로 환자를

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전화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전화로 소리를 질러도 그 반응은 맥빠지게 할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집착하는걸까 싶어, 어제 늦은 아침을 먹다말고 불쑥 일어나 전화기를 들고

말았다. 작은 언니가 떠올라 몰래 하는 일 같았지만, 통화후에 바로 고백하

기로 작정하고 걸었다가, 오히려 언니가 그 몇시간전에 병원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 동지애(?)를 느끼는 나는 무언가 싶었다. 언니가 녹음을 해왔다

면서 그 녹음량을 15초 20초씩 끊어가며 카톡으로 보내주고 나는 그걸 들었

는데 나머지는 오늘한국시간의 저녁에 보내주겠다며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몇번의 남은 녹음을 듣다가 혼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충격?"

자주 병원을 찾아가는 동생이고, 직접 얼굴을 보는 터라 환자의 정신이

전화로 응답하는것 보다 양호했다. 침대에서 내려오고싶어해서 간호원

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하필, 어제 목격한 것, 간호원의 설명으로는

이제 힘이 없어 불가능하다는말로, 그만큼 기력이 쇠해졌고 더 어려워

진것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눕혀놓고 열심히 녹음을 했다는데

그 대화속에서 큰언니와 막내동생의 안부를 물어왔고, 내 이름을 말을 할때

는 완전히 out 이었다. 작은언니설명이 없이 나혼자 되짚고 되짚으며 듣다가

너무 기막혀서 문자한통을 보내고 잠을 청해보았지만 잠이 올리 없다.

뜨겁게 목욕하려고 들어갔다가, 욕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다리가 꿈쩍을

안해서 그냥 포기하고 물속에 잠겨서 졸아도 보고 하다가 나와보니 시간이

4시간이 넘어 있었다.  욕조안에서 포기상태였다가 겨우 나오던 일이 여러번

있었지만, 오늘처럼 4시간을 포기한일은 처음이고, 너무 울고싶어서 침대에

누워버려 생각을 하고 또 해도 가슴아픈것은! 이미 나는 잊혀져 있었구나 와

다시 전화를 해서 내가 누구라고 말하는 일이 무모하다는 것과 나도, 언니도

함께 뒷걸음으로 안개속으로 가려지듯이 멀어져가다가 이별의 순간을 통보

받겠구나 하는 어이없는 허탈감이었다. 밥을 먹다가 불쑥 걸어본것은, 그곳

의 저녁시간이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었고 시계를 쳐다보며 15분을 버텼

던 내가 스스로도 슬펐다. 나머지 형제를 언급하며, 놀라는 작은언니에게 

'  ... 형제니까 생각나지" 라는 말이었다. 욕조안 뜨거운 물에 잠겨서 조급하

지도 불안하지도 않고 잠을 청해보며 멍청하던 건, 무서운 상실감과 서러움

이었다. 이 또한 무슨 상황인가? 아기같이 서러워우는 것은 엄마가 보이지

않거나 우유가 필요하다는 확실한 목표가, 이유가 있는데 나는 밤마다 전화기

에 대고 이말 저말 이어가면서라도 매달리다가 스스로 전화를 끊으면서도

오늘같은 아픔은 아니었던것 같았다.

" 평생 혼자살면서 유난히도 내게 사랑을 쏟았고, 사연도 많았던 그 언니!"

그래, 나는 이미 잊혀져 있었구나  그랬었구나....  이미 잊혀진 나였구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속을...  (0) 2023.07.12
감동? 행복?  (0) 2023.07.02
???  (0) 2023.06.25
일상으로 돌아오기  (0) 2023.06.24
미국간호사  (0)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