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휴계실에서 요기를 하려고 앉은 자리에서 저녁노을이 서서히 지는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왜 갑자기 그런 느낌이 왔을까? 저녁 하늘이, 노을지는 모습이 공연히 쓸쓸하게 느껴지고
하늘도 우울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하늘도 우울하다"?
내가 우울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여겨본다. 먼옛날 운전하다가 그 석양을 만나면 그토록
아름다워 차를 멈추고 홀린듯이 바라보며 감탄했었는데, 그런 기억이 점점 멀어지고 나는 오늘
그 하늘을 향해 쓸쓸해야 했던것은 무엇인가?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는 탓일까? 지는 노을을 바라
보면서 힘없이 마냥 앉아있다 돌아왔다. 택시를 잡으러 큰길가를 향했는데, 부지런히들 노점을
거두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오늘이 장날이었구나. 아침부터 노점에 물건을 풀어놓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을텐데, 장사를 접는것도 꽤 복잡하고 힘들텐데 그네들은 너무나 익숙해보인다. 내가 외계인
같고, 참 한심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저녁노을이 어쩌구 하면서 쓸쓸하던 것은 더더욱 웃읍다.
사는게 힘들고 복잡한데, 모두들 열심히 살아내는데, 나는 이런 모습이구나. 캐리어에 담긴 7권의
책을 고르면서 하루를 보냈고, 집에 돌아가면 무조건 칩거하는 일상을 이어갈테고....
하향곡선인가? 급격한 추락인가? 11년전에 겨울바다를 여행하고 친구와 헤어져 혼자 깊은 산자락에
있는 수도원에서 며칠 지낸일이 있었다. 수녀님께 부탁하고 소개받아 찾아간 곳이고,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루를 보내고 자고 일어나니, 눈이 탐스럽게도 내리고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었다.
"여보! 눈이 와요 글쎄! 너무 근사해요." 내게도 그런일이 있었던가 싶게 평범한 아내였다. 성당이 크고
피정온 사람도 없어서 나 혼자 그 성당을 다 차지한듯, 축복받은듯 싶은 기도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낮시간에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데, 여고동창의 전화가 왔다. 얼른 성당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고, 친구는 외국에 사는 동창이 수십년만에 처음 나오는데,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면서 다음날
12시 동창회로 나오라고 일러주었다. 불쑥 그랬다. "얘, 이소리 들리니? 시냇물소리, 여기는 강원도 골짜
기에 수도원이야. 여기 더 있다 갈 예정이라 내가 서울가면 따로 연락해서 만나잔다고 전해줘."
그게 큰 사건이 되었다. "...는 남편 집에 두고, 혼자 산속 수도원에 느긋하게 있대!" 왜 그게 큰 이슈가 되는지
의아해하던 나와 달리, 동창들에게는 얘깃거리가 되고, 나는 괴상한 여자가 되고 말았다. 뭐가 이상하고 뭐가
특별하고 나쁜건지 이해가 안되어 그냥 그랬다. "그게 뭐 어때서? 뭐가 이상한데?" 멀뚱멀뚱 대꾸하던 나대신,
내 남편이 세상의 착한 남편으로 격상되었다. 그 모든것은 추억이 되어가고, 그 시절이 아름다웠음을 느끼는
세월앞에 서 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 버리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