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여름은 늙어

이슬과 노을 2022. 10. 12. 23:40

여름은 늙어 지쳐서

잔인한 두 손을 축 드리우고

허하게 산과 들을 바라본다.

이제는 끝났다.

여름은 그의 불꽃을 다 날려버리고

그의 꽃을 다 태워 버렸다.

모든 것이 이와 같다. 마지막에

우리들은 지쳐 뒤돌아보고

추위에 떨며 빈손에 입김을 분다

그러고는 이전에 행복이

업적이 있었는지 의심해 본다.

옛날에 읽은 동화처럼 빛이 바래

우리들의 삶은 멀리 뒤에 놓여 있다.

여름은 한때 봄을 때려누이고

자신을 더 젊고 강하다고 여겼다.

지금 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다.

요즘은 전혀 새로운 기쁨을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모두를 단념하고

드러누워 창백한 손을

싸늘한 죽음에 맡기고

이제는 듣도 보도 않으며

잠들어 ...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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