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꽃의 일생

이슬과 노을 2022. 10. 6. 23:20

꽃은 초록 잎으로, 둥글게 감싸인 속에서

어린애같이 불안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지만

자세히는 보지 못한다.

빛의 파도와 휩쓸린것 같고 낮과 여름이 이해할 수 없게

파래지는 것을 느낀다. 빛과 바람과 자비가 꽃에서 사랑을 구한다.

최초의 미소 속에 꽃은 삶을 향해 불안한 가슴을 열고

꿈의 연속처럼 짧은 수명에 몸을 맡겨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꽃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 빛깔이 달아오르고 꽃받침에는

금빛 꽃가루가 넘친다. 

꽃은 무더운 한낮의 불더위를 알게 되고

저녁이 되면 기진맥진하여 무성한 잎 속에

몸을 굽힌다. 꽃잎의 가장자리는 성숙한 여인의 입과 같다.

그 선의 둘레에 늙어 가는 징후가 떨고 있는 그 웃음은 뜨겁게 피어오르지만,

그 바닥에서는 벌써 싫증을 내고 씁쓸한 앙금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이제 작은 꽃잎은 지치고 씨앗이 풍기는 품 위에서 쪼그라들고 풀어지고

축 처진다. 색깔은 유령처럼 바랜다.

커다란 비밀이 죽어가는 것을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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