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내가 왜 여기에.....

이슬과 노을 2022. 8. 21. 00:46

참 많이도 아팠다. 몸과 마음이 엉켜 주체못할 만큼 아프면서도 하루도 편안하게 나를 두지 못했다.

그 원인이 무얼까 이유도 모른채, 침을 맞으러 가고, 날짜도 안된 책을  공사중인 도서관에

못들어가고 박스에 넣는데, 1층의 직원이 다가와 필요하다면 두어권 대출을 해주겠다고 해서

떠오르는 책 한권을 빌려와 열심히 읽으려 애쓰지만 집중도 안 될만큼 아픈것! 언제 내가 이토록 아팠던가?

마취없이 수술하던 그 50분을 내 삶에서 마지막 고통이라 여기던 내가, 너무 힘들어하면서, 불쑥 마음을 바꾸기로 

한다. 아들의 사춘기를 겪어내던 얘기를 서둘러 끝내버렸는데, 내게는 이 무료함과 무기력함은 "이건 아니구나.

이건 내가 살아내는 방법이 아니구나 " 싶으면서 다시 힘을 내본다. "시간이 아깝다" 한마디를, 나의 신조처럼 여기며

항상 무언가에 빠져 살았는데..." 아프면서도 연신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간절했었다.

애써 떠올리지 않더래도, 무언가 불쑥 떠오르면 가끔이라도 그 아픈 추억을 풀어내면서 살아내자 결심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큰 사건! 갓 이민을 가서 허둥댈때 내게 다가온 거칠고 딱딱하지만 꽤 매력있다 싶은 친구얘기!

특히 아들이 더 좋아했다. "엄마! 나는 영이 아줌마가 참 좋아. 엄마랑 친해지면 좋겠어." 그 애도 그녀의 매력을 다른 각도로 느끼는듯 싶어 우리 두 모자는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였다. 아무때고 들이닥쳐도 불쾌해하지도 않고 받아주고, 술이나

담배를 찾으면 얼른 사다가 내놓았고, 그녀는 그 호탕한 웃음으로 좋아라했었다. 어린마음에도 그녀에게서 인간미를 느끼는것 같았고, 아예 그녀의 재떨이를, 장식으로 세워두던  근사한 접시로 정하고 냉장고위에 얹어두고는,언제나 대령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던 그녀는, 우리에겐 낯선 술,담배를 거침없이 뿜어대면서도 친해져갔다. 어느날, 그녀가 나를 불러내었다

데이트를 하자면서 "내 체면 깍이지 않게 이쁘게 입고 나와!" 나는 신경써서 단정히 차리고 그녀의 집앞에 갔다. 나를 자기차에 태우고 간곳은 미군부대였다. 부대정문을 들어설때, 내가 깜짝놀라는 것을 즐기는듯 마구 웃어대며 그랬다. "선생 사모님은 이렇게 얌전한거야? " 그 한마디에 내 오기가 작동했던지 입을 다물고 태연한척 하기로 했다. 몸이 경직된채로 따라 들어가고, 그녀가 가리키는대로, 높고 댕그런 의자에 앉았다. 바텐더가 이쁜 유리잔을 닦으며 술을 내미는 그 좁고 기다란 탁자는, 어느 영화에서 본듯한 낯익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안심시키며 따라준,  아주 약하고 사이다같다는걸 입에 적시는 나를 보며, 어울리지 않게도 나지막히 말했다. "그만 떨어. 촌스럽게! 내가 있쟎아?" 그러는데 불쑥 내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뭐라고 말하고, 그녀가 조용히 대꾸하는것 같은데, 둘 모두의 말이 내게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거칠고 상스러운말이었던것 같았다. 그 미군은 내게 농담처럼 말을 거는듯 하고, 그녀는 나지막하게 경고

하는것 같았다. 나는 너무 놀라고 몸이 후들거려  탁자를 잡고 떨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살짝 훔쳐본 그 실내는 불빛도 약하고, 담배연기가 자욱해서 이미 굳어졌던 내몸이, 둘의 오가는 말을 하나도 못알아들으면서 떠는 모습을 보고는, 그녀가

내손을 잡고 나오면서, 그 미군에게 제법 긴말을 그녀의 탁한 목소리로 퍼붓는것 같았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내 특기대로 누워버리는걸 보고, 말없이 돌아갔다가 그 다음날 찾아와 정중하게 사과했다. " You 가 그 정도인지는 모르고 내가잘못했어. 세상 구경을 좀 시켜주려고 한 일인데, 정말 미안해" 아들이 옆에서 나를 쿡쿡 찔러댔다. 내용도 모르면서 그녀편이 된듯! 나는 말없이 편하게 대해주었다. 아들앞에서 마음좁은 엄마가 되기 싫었던가? 그런데 그 이후로 우리셋은 더 가까워졌고, 그녀는 기준을 높였던지, 낮추었던지 나름대로 애쓰는것 같은 진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수필한편은 한번더  이어가야 할것같다. 정말 감당안되는 몸살이 오래도 이어지지만, 이런 고백같은것은 내게 위로가 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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