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3살의 출발!

이슬과 노을 2022. 8. 12. 01:38

아들은 한국에서 육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중에 떠나왔지만 영어가 안된다는 이유로 5학년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따르는 문제점을, 학교측에서 더 조바심을 하고 신문에 영어잘하는 한국사람, 한아이의 통역을 맡아줄 

구인광고를 내고 기다려도 희망자가 없다고 나를 불러 걱정을 해댄다. 담임과 교장이 함께!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내가 그랬다. "그럼 내가 도우면 어떻겠느냐? 담임이 학교파하고 돌아가는 아이에게 그날의 

문제점이나 숙제, 다음날의 예습내용등 중요내용을  편지로 써서 들려보내주면, 내가 아이를 가르쳐서 편지와 함께 보내면?" 손벽을 치며 고맙다고, 정말 그렇게 해주겠느냐고 물어댄다. 이미 내 눈에는 미국인들의 지나친 호들갑과 액션,

그리고 체면안가리고 표현해대는 것이 이해가 안가던 터여서 그냥 "내가 더 고맙지요" 하는듯이 반응하고  돌아왔고,

나는 매일 아들을 데리고 가정교사노릇을 해야하는 고충은 있지만, 그냥 담임의 편지를 읽고 그대로 공부시켜 답장과 함께

보내면 되는 웃기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아들은 이상한게 "내가 왜 이런고생을 해야 돼?" 하며 투덜대는

일이 전혀없고 이미 체념상태로 엄마하는대로 하기만 하는 식이었던게, 풀리지않고 있지만 물어보지못한채 세월만 갔다. 

내 편한대로 생각하면 아이의 적응능력이 탁월하거나  운명인냥 따르는 착한 아이라고 차마 단정하지 못하는게 모정인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크게 나를 압박한채로 살아내었다. 다행히 아빠에게 사사로운 일도 편지를 보내고, 도서관카드가 왔다 라거나, 엄마 영주권이 왔다라며 혼자 그렇게 아빠의 아들노릇을 철저히 해내는 일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어리지만 저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하는것이 고마웠을뿐, 나는 혼자 바쁘고, 혼자 힘들고, 하면서 내가 맞닥트린 일에 빠져 칭찬해줄 여유도 없는 참 한심한 엄마였다. 잘 자라주고 엉뚱한 일에 빠지거나 반항하거나 유혹에 빠지지도 않은것이 내게 얼마나 큰 효도였던지 그때는 당연한듯이 여겼다는 것이 미안스럽다고나 할까? 14살에 깊은밤,엄마몰래 아파트 마당에서 운전을 혼자 익히곤, 일년 후에 나를 이해시키고 면허증 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면서 15살에 혼자 차를 몰고 먼곳으로 알바를 다녔다는 일! 가족들이 알면 기절하거나 나를 미친거 아니냐고 할가봐 영원한 비밀이 되었다. 정작  16살이 되어 면허증을 따기 위해, 내가 데리고 간곳에서 통과 되던날! 창밖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감격하던 그애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나 간절했던지 짐작이 가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었다. 걸핏하면 아프고, 이마에 끈을 묶고는 토하던 내 편두통증세때문이라도. 아이는 아마도 한이 맺힐만큼 스트레스속에서 혼자 외롭게 이겨내고 있었지 싶다. 학교에 편입되면서부터 시작한 신문배달의 의지! 급우인 여자애가 그 일을 하는걸 알아내곤, 내게 부탁을 했다. 그애한테 아무댓가없이 조수노릇(따라다니며 돕는)을 해 주겠다고 전해달란다. 놀라서 피하는 엄마를 끈질기게 조르던 아들은 기어이 그애를 따라 다녔다. 새벽에 혼자 일어나서 살그머니 집을 빠져나갔다. 할머니가 우시며 나를 야단쳤다. 어린 자식을 붙잡지않고 그냥 두느냐고,

푹푹 빠지는 눈속에서 고생하는게 아무렇지도 않느냐고! 부모앞에서 내새끼편을 들수는 없는지라 그냥 가만히 야단맞으며

내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도 그애가, 그 고집외에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아들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던 나는 항상 긴장해야했고 아파야했다. 한달만에 들고 와서 자랑하는 5불짜리 지폐! 그애 엄마가 준 수고비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한번 숨을 헐떡이며 자랑을 해냈다. 내가 그 일을 따냈다고! 80불짜리 신문배달일을 그애가 그만두어 자기가 맡았다고했다. 걱정스레 그냥 쳐다만보는 우리에게 내보이는 너덜거리는 종잇장! 몇동 몇호라는 깨알같은표시였다.따라다니며 외워

적어두어서 걱정없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거의 1년 반동안 기막히게 해내던 그 아들은 우리가 염려할 필요가 없게했다.

첫월급을 받아와서 날더러 나가자고 졸랐다. 마트에 가서 와인한병을 사 준다. 엄마 잠 안올때 마시라고, 첫월급기념하는

선물이라고! 알람을 해놓고도 잠을 설치는 내가 얼마나 불안하게 보였으면.... 싶어서, 고맙다고 웃으며  살짝 마시는모습을

보여주고 나는 목이 메이는데도 우리둘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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