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

상추

이슬과 노을 2022. 7. 26. 23:25

상추 씨 뿌린지 삼십 일

날이 몹시도 가물었기에

응달 밭이 거뭇거뭇 묵어가

여린 싹이 다투어 말라갔네.

단비가 문득 부슬부슬 내리고

남풍이 어지러이 불어오더니

온 밭에 윤기가 반들반들

햇살에 꽃처럼 반짝반짝하네.

큰 잎이 울긋불긋 주름이 잡혀

치마를 펼친 듯 널따랗다네.

병든 아내 손수 따다가

아침 밥상에 맛보라 올렸네.

겨자즙에 생선 토막 다져 놓고

고추장에 생강초를 곁들이면

보리밥이  거칠다지만

꿀맛 같아 비길 데 없다네.

척척 포개어 쌈을 싸서

활처럼 크게 입을 벌려 먹고서

북쪽 창가에 배불러 쓰러지면

태평 시절 백성이 아니겠는가?

         -- 김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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