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씨 뿌린지 삼십 일
날이 몹시도 가물었기에
응달 밭이 거뭇거뭇 묵어가
여린 싹이 다투어 말라갔네.
단비가 문득 부슬부슬 내리고
남풍이 어지러이 불어오더니
온 밭에 윤기가 반들반들
햇살에 꽃처럼 반짝반짝하네.
큰 잎이 울긋불긋 주름이 잡혀
치마를 펼친 듯 널따랗다네.
병든 아내 손수 따다가
아침 밥상에 맛보라 올렸네.
겨자즙에 생선 토막 다져 놓고
고추장에 생강초를 곁들이면
보리밥이 거칠다지만
꿀맛 같아 비길 데 없다네.
척척 포개어 쌈을 싸서
활처럼 크게 입을 벌려 먹고서
북쪽 창가에 배불러 쓰러지면
태평 시절 백성이 아니겠는가?
-- 김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