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유선사 87수ㅡ8

이슬과 노을 2022. 7. 3. 15:30

71. 당창관에 고운 꽃 수북하게 피니

      신선들 보고서 봉황 수레 멈추네.

      신선옷에 티끌 묻고 봉래산 아득하니

      채찍으로 저 멀리 바다 끝 가리키네.

72. 신선들 아침에 푸른 사다리 올라가니,

      맑은 날 계수나무 바위에서 한 닭이 우네.

     순망도사는 어찌하여 늦게 오실까,

     아마 성궁 후예의 아내 보러 가셨겠지.

73. 옥림에 부르는 바람이 공허하고 고요한데,

      달이 선녀 이끌어 돌다리를 오르네.

      비스듬히 노을에 기대 고개 숙이고

      적성 남쪽 언덕의 문소를 그리는가.

74. 사야 선생이 적성의 문을 닫으니,

      봉황루는 숲에 잠겨 쓸쓸하고 고요해.

      향기 사라진 옥동의 허공을 거니는 밤,

      이슬이 계수꽃 적셔 차갑게 달만 밝네.

75. 붉은 깃발은 새벽노을에 펄럭이는데,

      별전에서 목욕하고 오옹을 기다리네.

      가을 물 한 줄 옥 구르는 소리 나고,

      푸른 복숭아꽃 자양궁에 활짝 피었네.

76. 봄 되어 한가히 옥진과 노닐다보니,

      어느덧 세월 흘러 벌써 가을이네.

      무제는 오지 않고 꽃은 다 지니,

      하늘가득 안개이슬 누각엔 닫혔네.

77. 붉은 집 은빛 다리 하늘에 걸렸고,

     밝은 달빛이 아홉 신선 터전을 비추네.

     금패를 쌍 기린의 뿔에 걸어 놓으니,

     파란 달빛이 차갑게 편지에 스미네.

78. 붉은 촛불 같은 달빛이 찬란히 지는데,

      해는 용 새긴 옥화로 위로 떠오르네.

     수많은 난새와 봉황은 금모를 따라와

     동황님 만세누리길 하례 드리네.

79. 오수산 구름 낮고 해는 지려하는데

      수궁의 가을 물결 발처럼 걷히네.

      단풍향기 월학과 한해를 지낸 꿈에

     대궐문 앞 악록화가 애간장을 끊네.

80. 문창공자가 하늘에 조회하려하니,

     서왕모 웃으면서 채찍을 찾으시네.

     뜨락에 난새 서른여섯 마리 있어,

     푸른 날개로 벽지 연꽃과 마주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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