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내 이름자를 써 보고,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달입니다.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별 하나에 추억과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별 하나에 사랑과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별 하나에 쓸쓸함과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별 하나에 동정과 거울
별 하나에 시와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세상은 참 없을것이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경,옥 이런 이국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개나 있소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가난한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내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ㅡ악수를 모르는 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손잡이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거울때문에 나는 거울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하는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구료마는.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가졌소마는 거울속에는
거울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
에 골몰할께요.
거울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
소. 나는 거울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 할 수
없으니 펵 섭섭하오.
--카톨릭 청년 5호-- 193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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