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화창함이여, 백화가 만발하니, 정원에 동녘바람 쓸쓸히 부는데,
철 따른 만물의 번성함이여, 온갖 감회 드노라. 담장머리 한 그루 나무 배꽃 피었네.
여인이 골방에 있음이여, 사모함을 끊으려니 옥난간에 기대 고국을 그려도,
그대를 생각함이여, 창자가 끊어지는 듯 돌아갈 수 없음이라.
한밤이 이슥토록 잠을 못 이름이여. 향기로운 풀들 하늘까지 닿게 우거져도,
새벽닭이 꼬꼬하고 울어대는구려. 비단 장막과 아름다운 창은 적막해서,
비단휘장이여, 빈 방에 드리웠구나. 두 줄기 눈물 흘러 붉은 뺨 적시네.
옥 계단이여, 푸른 이끼가 돋았구나. 강북과 강남 안개 싸인 나무 너머에
깜빡이는 등불 꺼지자 벽을 기대고 있으니, 정은 어떻게 그칠 수 있나.
비단 금침 어설퍼 추위가 밑으로 스며드네. 산 길고 물 멀어 소식조차 없어도
베틀소리 나는구나, 회문금을 짜네.
무늬를 이루지 못함이여, 시름만 어지럽네 --허균-- 학산초담
인생 운명을 타고남이여, 후박이 너무하네.
남들 즐거움 뜻대로 함이여, 내 몸만 쓸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