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비 내리는 아침

이슬과 노을 2022. 5. 19. 23:57

휠체어에 탄 젊은 여성이

빗방울 잔뜩 튄 검은색 비닐 우비를 입고

몸을 밀어젖히며 아침을 가로지른다.

당신은 본 적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때때로 몸을 앞으로 기울여

건반을 두드린 후에

두 손을 들어 뒤로 물러나 잠시 멈췄다가

화음이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건반을 두드리는 것을,

이 여성이 나아가는 방식이 그러하다.

휠체어 바퀴를 힘껏 민 다음

길고 흰 손가락들을 들어

잠시 공중에 떠 있게 하다가

휠체어 속도가 마치 침묵 속으로 잠길 듯 느려지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힘껏 바퀴를 민다.

그렇게 전문가다운 실력으로 그녀는

자신이 통달한 이 어려운 음악의

화음을 연주한다.

그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비에 젖은 얼굴.

바람이 비의 악보를 넘기는 동안.

 

                                                --테드 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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