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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해

이슬과 노을 2022. 5. 16. 01:15

1. 산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진심을 다해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마리 다람쥐처럼

   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만큼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만큼.

 

   산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진심을 다해 삶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두 손이 뒤로 묶이고

   등은 벽에 밀쳐진 것처럼 절실하게,

   혹은 흰옷과 보호안경을 걸치고 어느 실험실 같은 곳에 들어가

   아무도 그 일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처럼 절실하게

  비록 살아 있는 일이 가장 사실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잘 알면서도

 

  진심을 다해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일흔 살이 되었어도 올리브 나무를 심을 만큼,

  후손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죽음을 믿지 않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더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2. 가령 지금 심각한 병에 걸려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 흰 침대에서 다시 못 일어나게 될지 모른다 해도,

   다소 이른 떠남을 생각하면 슬프지 않을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 재미있는 농담을 들으면 여전히 웃을 것이고

   비가 내리는지 창밖을 볼 것이고

   가장 최근의 뉴스를 

   여전히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가령 우리가 지금 싸울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위해 최전선에 있는데

   전투의 첫날, 그 첫 번째 일격으로

   얼굴을 땅에 파묻고 그대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어 가면서도 우리는 분노와 호기심 속에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몇 년 동안 끌어질지도 모르는 그 전쟁의 결말이.

 

   가령 감옥에 갇혔는데   나이가 쉰 살 가까이 되었다 해도,

   게다가 철문이 열려 자유롭게 될 때까지

   아직 18년을 더 갇혀 있어야 한다고 해도,

   그렇다 해도 우리는 바깥 세상과 함께 숨 쉬지 않겠는가.

   세상 속 사람들, 동물들, 문제들, 그리고 얼굴에 부는 바람과 함께.

   그러니까, 감옥 벽 너머에서 펼쳐지는 세상과 함께.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어디에 있든

   마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짐 히크메트-- (산다는 것에 대해) 중에서

 

          (독재 정치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생애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시인. 히크메트가 같은 형무소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감된 젊은 동지에게 옥중에서 보낸 시 형식의 편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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