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귀

몽득과 술 사 마시고 후일을 기약하며(당의 백거이)

이슬과 노을 2021. 10. 17. 00:32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늙고 난 뒤 누가 술값을 아낄 수 있을까.

일만 전을 모두 들여 술 한 말 사는데   돌아보면  우리나이 일흔에 세 살 모자라네.

한가로이  경전과 역사책 뒤져서  취하여 듣는 그대 노래 관현악보다 좋구나.

또 국화꽃 노래지고  빚은 술 익을 때 기다렸다.

그대와 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려 보세냐.

 

                                                     차가운  방에서 ( 당의 백거이 )

 

차가운 달빛에 밤은 깊어 방은 고요한데

진주 구슬 주렴 밖으로  오동나무 그림자 진다.

가을 서리 내리려 하니 손끝이 먼저 알아

등잔  아래 재봉하는데  가위가 차갑기만 하여라.

 

                                                大 雪 ( 조선의 신흠 )

 

골 메우고 산을 덮어,  천지가  한 세계.

영롱한 옥빛 세상,

반짝이는 수정 궁궐이로다.

인간세상 화가들 무수한 것 알겠지만

음양 변화 그 공덕을 그려내기는 어려우리라.

 

                                                          봄 눈 ( 당의 한유 )

 

갓 새해엔  언제나 향기로운 꽃 아직 보이지 않고

이월에야  처음으로 풀싹을 보고 놀란다네.

흰 눈이 도리어 봄빛 늦음을 미워하여

그래서  뜰 나무를 뚫고 날아다니는 꽃이 되었다네.

 

                                                    산 속 눈 내리는 밤 ( 고려말 이재현 )

 

종이  이불에 한기 돌고, 불등은 어두운데

사미승은  한 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았다.

응당 자던 손님 일찍 나간 것을 꾸짖겠지만

엄지 앞 눈에 놀란 소나무 보려 했을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