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

이슬과 노을 2020. 2. 8. 15:11


                                         파격시

하늘이 길어서 가도가도 집을 수 없고

꽃이 시들면 나비도 찾아오지 않는다.

국화꽃은 찬 모래밭에 피고

나뭇가지는 땅을 향해 반쯤 늘어졌도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다가

크게 취하여 소나무 아래 엎어지도다.

달이 기울어 산 그림자가 바뀌고

장꾼들은 돈을 벌어 오는구나.

                                         평양

천리되는 평양길이 아직도 십리가 늘어지게 남았는데

길에서 큰 뱀 나타나 행인은 "잇끼"하고 놀라더라.

연광정 아래 대동강 물위로 해는 저물어 가는데

백구만 탈이 없이 가고 오느냐?

                                        새벽에 누각에 올라

하늘은 만리나 되도록 높지만 머리를 들지 못하고

땅은 천리나 되도록 넓지만 다리 하나 필 수가 없네.

새벽녘에 누각에 오른 것은 달을 구경하려 함이 아니고

삼일간이나 굶은 것은 신선이 되려는 풍유가 아니라네.

                                              無 題

한평생을 꽃없는 동네엔 들어가지 않았고

열 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술 익는 마을 그냥 지나기는 어렵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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