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落 花

이슬과 노을 2023. 11. 23. 23:37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린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 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조지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