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이슬과 노을 2023. 11. 19. 23:17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도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르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