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가을날

이슬과 노을 2023. 8. 8. 23:25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충실토록 명하시고

그들에게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 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래도록 외롭게 살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하게 이곳저곳 헤맬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