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진실한 것은(독일편)
이슬과 노을
2023. 6. 15. 23:32
진실한 것은 그대의 눈에 모래를 뿌리지 않고
잠과 죽음은 그대에게 진실한 것을 요구한다.
온갖 고통으로 단련되어 육화된 상태로,
진실한 것은 그대의 무덤에서 묘석을 밀쳐낸다.
진실한 것은 아무리 가라앉고 씻겨나가도
새싹과 이파리속에,
한해 또 한해, 아득한 세월내내...
진실한 것은 시간을 만들지 않고 시간을 보상한다.
진실한 것은 지상에 가르마를 타고
꿈과 화환 그리고 주문한 것을 빗질하고
빗을 부풀려 흝어낸 한아름 열매를 안고,
그대 안에 쳐들어와 그대를 통째로 마셔버린다.
진실한 것은 어쩌면 그대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공략의 때가 올 때까지 가만있지 않는다.
그대의 상처가 터질 때 그대는 진실의 노화물일지니
그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대를 기습하진 않는다.
쓸개즙 담긴 항아리를 이고 달이 떠오른다.
그러니 그대의 잔을 마셔라. 쓰디쓴 밤이 가라앉는다.
거품이 비둘기 깃털에 송이송이 맺히고
그 어떤 나뭇가지도 안전하지 못하리라.
그대는 무거운 사슬에 감겨 세상에 붙잡혀 있지만
진실한 것은 벽을 뚫고 도약한다.
그대는 어둠속에서 깨어나 옳은 것을 지켜보고 있다.
미지의 출구를 향하여.
-- 잉게보르크 마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