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막막함

이슬과 노을 2023. 6. 10. 02:35

두시간째 전화기로 씨름하다가 다음전화를 기다리며  "로렐라이"

하이네의 시 한편을 써보며 마음은 참으로 울적하다. 

요즘은 온통 언니에게 향한 생각으로 어수선하면서, 핏줄의 연이

특별함을 알아간다. 저절로 쓰여지는 관심과 아픔....  어떻게도

내가 해야할 바가 주어지지도 않은 이 막막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오늘 두번째 통화를 하고나니, 주어진 현실을 인정해야한다는

자각! 그래도 태연하려고, "I LOVE YOU" 만 거듭거듭하는 내 자신이

서글프다. 며칠째 전화를 안받아서 얼마나 가슴조렸던지, 오늘은

그 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겨우 가능했지만, 몇십년만에  내가

떠들어대던 영어가 신기하다. 순발력? 급하니까 망설임없이 도전하고,

상대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도와주니까 내 영어에 문제는 없는듯

해서, 그래서 또 웃는다. 어디 즐겁고 경쾌한 장소에서 웃어댈이유가

전혀없는 내 일상에서, 지금와서 영어를 해야한다는 일이 웃긴다.

언니가 아파서 주어진 임무라고 여겨본다.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너무

나 힘들고 벅찰만큼 언니는 자꾸만 멀어져가는 느낌? 나는 애꿎은 

한마디를 거듭하며 전화기를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 "사랑해"

사랑해서 내가 해줄수 있는게 무언가 싶어서 아프다. 자기가 떠나온

살던곳으로 "곧" 갈거라고 계속해서 자랑하듯, 천진스런 아이마냥

되풀이하는 언니에게 쩔쩔 매다가 겨우 마무리하고 끊었다.

"그래, 언니가 좋아하는, 살던곳에 가게되어 기분이 좋으면, 잘됐네.

좋은 일이네. " 손을 내밀어 잡히기만 한다면 꼬옥 힘주어 잡아주고

싶다. 전화를 끊고 두어시간을 머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