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기억들
"미국이민이 나에게 남긴것들"
밋밋한 제목의 내 체험기를 세상에 내어놓고, 나는 가끔 내가 독자가 되어
읽어보며 가슴이 아리고, 그 생생한 기억들때문에 아프곤 한다.
몇달전에 얼마의 책을 다시 출력해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데, 이며칠은
그일이 짐이 되어 후회까지 하는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 책에 대한 반응중에
가장 따뜻했고 진심이었던 언니가! 그저께 밤에 나를 놀라게 하는 맑은 목소리
로 이별을 예감하고 있는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고있다. "뭐라꼬? 니가 책을
써냈다꼬? 야야, 빨리 보내라. 성당에다 자랑하고싶다. 이건 가문의 영광아이가?"
그 "가문의 영광"이라는 표현을 언니가 하고있음에 놀라워하던 그때의 나는
여전한 응석으로 "고마워!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도 할 줄 아는게 신기하네? 한국
을 옛날에 떠난 언니가 머리도 좋게스리....." 밤중에 남편이 들을까봐 이불속에서
소곤대며 그밤은 괜스리 잠도 설쳤었다. 그 직전에! 언니에게 대접하고 싶다며
남편이 언니를 초대했고, 우리둘은 무제한으로 쓰라며 내어준 카드몇장으로
중국으로 강원도로 정말 행복했었다. 이민생활, 그것도 싱글로 평생 지내던 언니!
미국으로 돌아가기 몇일전에, 강원도 낙산사와 호텔안의 오색온천에서 마무리를
했는데, 혼자 온천에 보내고 도우미아줌마에게 특별부탁을 했었다. 온천이 처음
이고 맛사지,안마도 안해봤으니 잘 좀 부탁한다며! 정말로 호강을 했는지 몇시간
만에 돌아온 언니는 현관에서 머엉하니 서 있었다. "피로가 좀 풀렸어?" 하는 내게
눈길도 안주며 "말시키지 마라. 나 미국 안갈란다. 니는 이 좋은 한국에서 이런거
받아보며 사는기가? " "언니는 무슨 그런말을 해? 선생마누라가 무슨 호강을
할거라고!" 그렇게 말을 아끼다 미국으로 돌아간 언니는 갑자기 그림같은 집을
사고 새차로 바꾸더니, 환한 대낮에 멀쩡하게 전봇대에다 차를 갖다박았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상한 변화로 15년쯤을 이어오다가 결국 양로원에 갇힌지 3년!
아주 심해서 간호원실 앞의 독방에서 특별케어를 받고 있더니.... 예감을 했었지만
이젠 그 어떤 기적도 바라지말아야 한다. 유행가가사처럼 "한많은 여자의 일생"
인가? 내가 써낸 책내용은 내가 알고있는 얘기들의 100분의 1도 못미치게 조심조심
하며 써냈고, 아들한테도 알리지 말라던 남편뜻을 따라 지금도 비밀에 부쳐있다.
그런데, 나는 찾아가 안아주지도 못하고, 어느 싯점에 소식으로만 들어야 할 이별을
예감하고 있다니..... 먹먹하게 시작된 오늘의 일상은 그냥 서둘러 닫아버리려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