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시편

초 한대

이슬과 노을 2023. 2. 18. 00:24

초 한 대....

내 방에 풍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리고도 그의 생명인 심지까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러

불살라버린다.

 

그리고도 책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가듯이

암혹이 창구멍으로 도망간

나의 방에 풍긴

재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17새때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