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쑥범벅 (2016. 04. 08 )

이슬과 노을 2022. 11. 12. 23:15

은행을 다녀오다

공원앞 잔디에 털썩 앉아 쑥을 그득히 캐었다.

큰 전봇대밑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는 푸짐한 쑥무더기!

쪼그리고 앉지 못하는 터라, 지팡이도 길게 눕혀놓고

아주 편안하게 다리 쭉 펴고 앉으니 캐기도 좋고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봄기운, 봄바람, 봄볓.

내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평화로움을 뿌듯이 느낀다.

아! 이제 완연한 봄이로군. 이 좋은 봄볓을 가득히 받아볼줄도 모르고

열심히 모자여인으로 땅만 보고 걸어다녔었구나.

지팡이 짚은 내가 너무 싫어서, 내 처지가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였다.

그런데, 너무나 따뜻하고 바람도 정겨운 오늘.

난 그 긴장감과 불평을 벗어던지고 갑자기 편안하게 나를 쉬게 해주었다.

얼마나 소복한 쑥무더기였으면 자리도 옮기지 않고 한자리에서 한봉지를

다 캐고 돌아와 맛있게 만들어먹었다. 정성을 다해 만들고 먹는 쑴범벅!

혼자서도 잘 해먹는 이즈음의 나다.

부추김치, 얼갈이김치, 열무김치 등 갖가지 김치에 반찬도 제법 잘 해먹는다.

웬일일까? 무슨 일이람....   마음이 어지러울때는 몸을 고되게 하는것이 최선임을 안다.

평생 살면서 절대 반찬을 사먹지 않는다. 느끼하고 달달한 걸 먹느니 차라리 힘들어도

끙끙대며 혼자 해먹는 일에 익숙해진게, 다리 수술한 후의 내 생활이다.

부추전도 김치전도 후다닥 해서 먹는맛! 

웃으운건! 무언가를 든채 잠깐씩 침대에 허리를 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도 적응한다.

내게도 봄은 오고, 세월은 가차없이 흘러만가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잘 살아내고 있는건가?

참으로.....    참으로 좀 그렇다.  얄궂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