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 선 한나무 꽃이 바람에 지는 꽃을
솔 처마에 해는 길고 새소리도 수다터니 바람에 지는 꽃을 가엾어 세다보니
끝없이 내리던 지난밤 시내 비에 새 한 마리 가지 끝에 서럽다 울고 있고,
뜰에 선 한 나무 꽃이 다 떨어져지고 말았구나 산벌은 꽃잎을 안고 담 너머로 날아간다.
-- 신홍섬 -- -- 조지겸 --
놀빛으로 물든 매화 찬비는 대숲에 목이 메고
달빛 속 매화 향기 그림자도 비꼈더니 찬비는 한밤내 대숲에 목이 메고
천연의 흰 옥빛이 공연히 싫었던가? 풀벌레는 가을이라 침상 머리 울어댄다
봄바람 하룻밤 사이 놀빛으로 물들었네. 그 뉘라 가는 세월 멈추며 느는 백발 막으리?
-- 조위 -- -- 정철 --
봄은 저물고 낮잠에서 깨어나
강남 설핏한 꿈 한낮이 고요한데, 발 그림자 어른어른 가늘게 흔들리며
시름은 꽃을 따라 날로 더해지네. 연꽃 향기 무덕무덕 연신 풍겨 들오는데
쌍제비 오자 봄은 저물어 선잠 깬 외로운 배갯머리, 오동잎 빗소리의
보슬비에 살구꽃 주렴에 지네. 다그침이여!
-- 김정 -- -- 서거정 --
꽃 활짝 달 둥근 때를 답답한 가슴 치듯
꽃 활짝 피었을 젠 달은 못 둥글더니 비 온 뒤의 서늘바람 처마엔 달 밝은데
둥근 달 밝고 나니 꽃은 하마 지고 없네! 귀뚜라미 울어 쌓는 한밤내 골방에선
꽃 활짝 달 둥근 때를 어느 제나 보련고! 답답한 가슴을 치듯 방망이질 끝이없다.
-- 권벽 --
꽃 향기 따라
마지막 꽃비를 맞으며 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맑은 그 향기 여태 소매에 가득하더니
무수한 산벌들 잉잉거리며 멀리도 따라왔구나!
-- 임억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