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말이 없고 잔디는 우북한데
새 풀은 이드르르 강남 강북 봄빛인 제 봄꽃은 이미 지고 잔디는 우북한데
시름겨워 배에 올라 백마강으로 저어오니 예로부터 이곳에는 고운 넋들 깃들였네
청산은 묵묵 말이 없고 새들만 괜히 운다. 사내들 정겨운 말이야 어이 한이 있었으랴?
-- 김상용 -- -- 박제가 --
탄금대를 지나다가 풀은 비단 치마
비 뿌리는 탄금대를 구름이랑 지나다가 풀은 비단 치마, 분 향기 그윽한 무덤
임들 넋에 한 잔 치고 패인을 물었건마 지금의 색시들아! 예쁘다 자랑 마라
저무는 산 말이 없고 물은 마냥 흐느끼고... 이 속에 그대 같은 이 수없이 있었네라
-- 이소한 -- -- 이덕무 --
취적원에서 비 됐다 구름 됐다
일찍이 이곳에서 거나한 몸 공산에 기대 해마다 봄이 오면 꽃은 새 얼굴 풀은 비단 치마
한바탕 피리 가락 석양에 불었던 일 수많은 고운 넋들 흩어지지 아니하고
필마로 이제 와보니 십 년 전 일이어라! 오늘에 이르러서도 비 됐다 구름 됐다....
-- 이수광 -- -- 권필 --
꽃과 달 비 내리는 가을밤
뜰에 가득 꽃과 달 깁창에 비치더니 고깃배 밤비에 껌벅이고 갈대꽃 썰렁한데
꽃도 달도 덧없이 날리고 기울었네 술병이랑 쓰러진 친구 낭자한 밤 정자에
달이야 내일 밤도 다시 보련만, 하늘 밖 외기러기의 기나긴 여음이여!
어이 할거나 지는 꽃이여! -- 이하진 --
-- 허종 --
옛 친구를 만나
연못의 한 쌍 오리 젊은 시절 조정에서 만나던 그 얼굴을
작은 연못에 오리 한 쌍 목욕한다 어찌 알았으랴? 해외에서 만날 줄을!
내 저들의 "강호의 뜻"을 가엽게 여기나니 피난길 호호백발을 서로 마음 아파하네
봄 물결 한없이 넓음을 저들은 모르놋다! -- 이정 --
-- 김홍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