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지쳐 겉으론 멀쩡해도
사립 차마 못 닫는 채, 길목 지켜 기다릴 제 임 없는 꽃동산에 봄빛이 깊었건만
밤이슬에 비단옷이 촉촉이 젖어드네 제 몸은 저 대문 앞 버들이나 다름없어
양산관 꽃밭 속에서 꽃에 홀려 못 오시나? 겉으론 멀쩡해 뵈도 속은이미 썩었다오
-- 양사언 소실 -- -- 이후백 --
한 눈썹 초승달마져 애타게 우는 두견이
오동잎 뚝뚝 지고 기러기도 굼뜬 이 밤 피 흐르는 몸을 날려 나무 옮다니며
문설주에 기댔으나 임도 잠도 안 오는데 "촉"은 높고 "도"는 낮게 돌아감만 못하다고
한 눈썹 초승달마저 아득히 지고 마네. 밤 내내 "촉도..." " 촉도...." 애타게도 울어라.
-- 양사언 소실-- -- 허균 --
꿈에서 깨어나 출정군인의 아내
뜰에 가득 달은 밝고 새벽까지 잠 못 들 제 한번 이별 오랜 햇수 안부인들 어이 알료?
억지로 이불 쓰고 꿈에라도 보렸더니 오늘에야 핫옷 갖고 찾아간 그 아이는
간신히 임 곁에 닿자 놀라 깨고 말다니? 눈물로 당신 보내던 그때 들어선 우리 애라오!
-- 김삼의당 -- -- 정몽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