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고통

이슬과 노을 2022. 10. 8. 23:34

고통은 우리를 위축되게 하는 맹수다.

우리를 태워서 가난하게 하는 불이다.

자신의 생명으로부터 우리를 떼어내어

그것을 둘러싸고 활활 타올라서 우리를 고립

시키는 불이다.

지혜와 사랑은 작아지고

위안과 희망은 여위고 덧없다.

고통은 우리를 거칠게, 시기하며 사랑한다.

우리는 녹아내려서 고통의 소유물이 된다.

지상의 형태인 자아는

불꽃 속에서 구부러지고, 저항하고, 거역한다.

그러고는 조용히 맥없이 무너져서 

명수에게 자신을 내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