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모음

매화

이슬과 노을 2022. 10. 2. 23:59

주인이여, 원망의 마음 품지말고   주인이여 후회라는 말도 하지 마오.

참으로 그대 스스로 만든 우환이니    뉘를  원망하며 뉘에게 말할 수 있겠소.

지난날 내 그대에게 의탁하메    겨우살이 풀이 소나무에 잠긴 듯 했소.

비록 봄바람처럼 아양 떠는 자태는 없어도     평생토록 그댈 위해 단장했다오.

어찌하여 이리도 가여이 날 내버려    하수부에게 보냈다 말이오.

동각엔 봄기운 향기롭게 피어나고     감실에 모셔 금실로 감싼다오.

게다가 주인 또한 좋으니     뿌리가 옮겨졌다고 무엇이 괴롭겠소?

단지 임청각에 뜬 달이 가엽나니     적막하게 빈 창을 비추겠구려.

 ( 매화가 먼저 임청각 주인을 조롱하고 이에 대해 주인이 변명하는 것으로 해학적인 필치) 

답) 그대 내 노래를 들어보소     내 맥상가를 부르리오.

     이 노래를 그대 듣기 싫어한다면     또한 창문앙을 부르겠소.

     지난날 냇가 언덕에 의지한 몸이      어찌하여 길가에 있단 말이오?

     이내 몸이 참으로 그윽한 정을 져버렸나니     그대 어찌 애초의 마음을 지니겠소?

     이제 더는 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리운 마음만 품은 채 지금에 이르렀소.

     요즈음 사람들 하는 말 들으니     원님께선 곧 돌아가실 것이라 하오.

     돌아간다는 말 또한 늦지 않으리니     아마도 춘반된 시가 있을 것이오.

     떠날 때에 어찌 그대를 데리고 가겠소?      다시 만남을 이약할 수 있기 바라오.

                            -- 강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