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날 ( 2013. 08. 21 )
제법 일을 많이 해서 좋은 날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쓰르르 쓰르르 매미가 왼종일, 작업하는 나를 동무해주더니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지금 저건 무슨 소리인가
구별도 못하지만, 나는 도심속의 산자락에 사는덕에 다른이가 누리지 못하는 소소한 일들을 접하고, 또 일에
속도도, 힘도 더불어 얻는다. 난 욕심이 너무 많은거다. 그래도 이런밤에 잠깐씩 숙연해지고, 반성도 할 수
있으니, 아주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누가 말해줄까 싶은데, 엄마모습만 떠오른다. 나를 그토록 절절하게
위해주고, 달래주고 기도하시던 엄마는 무엇이든 넷째딸이 먼저다. 그리고 넷째딸의 아들, 또 남편! 우리 3식구를
그렇게 사랑해주고 울어주고..... 병원에 정기진료 모시고 갈려고 하면, 결사적으로 딴 언니 차를 타려고 하시던
엄마의 단호한 사랑의 말씀! "나는 니 차 안 탈란다. 조퇴하면 돈도 깍이고, 그리고 니 차에 "발동구" 닳을 거
아이가? 기름도 넣어야 되고....." 내가 무조건 모시러 가면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들고 기다리신다. 그리고 열심히
내 입에 넣어주는 그 정성! " 엄마! 그 발동구 걱정 좀 하지마. 어차피 이 차는 낡은 차인데......."
그리고는 소쿠리에 담긴 우리 두사람의 애창곡을, 한 손으로 더듬어서 틀면 엄마는 그런다.
"에고, 내 이쁜 새끼! 니 아이모 누가 이리도 좋은 노래를 엄마 들으라꼬 싣고 다니고 할끼고....."
그렇게 코드가 잘 맞는 우리 모녀가, 특별한 여행을 했었다. 내 아들이 처음 마련한 미끈한 새 스포츠카를 빌려타고
미국의 중심부에서 버지니아의 친구집을 향해 디립다 달렸다. "엄마! 안 무서워? 왜 차가 한대도 없고 나만 달리고
있는거야? 히한하네 그 참?" 그러면서 밤새워 달렸다. 그 다음 주일날 미사끝나고 식당에서 여러신자들이 점심을
먹는 중에 내가 그랬었다. " 신부님! 있쟎아요. 며칠전에 제가 미국의 반을 밤을 새워 달렸답니다. "
"대단하십니다." "신부님! 그건요. 대단한게 아니고 무식한거얘요. 미국에서 누가 밤새워 운전을 합니까?" 나와 친했던 분이 화통하게 던지던 말에 모두가 웃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군데군데 주유소와 모텔이 있는건데, 나는 팔순 노모를
태우고는 엄마표현대로 "딱가리(차뚜껑) 열어제끼고 함께 노래 부르며, 아무 걱정도 없이 그야말로 feel so good 이 되어
서 달렸으니....." 타향살이부터 갑순이와 갑돌이 등 엄마를 위한 테잎이 내 차 소쿠리에 항상 담겨있고, 나는 그걸로 효녀
노릇을 했었다. 한많던 미국이지만, 그래도 간이크고 용감해서, 남 안하는거 많이 해대며 살았기에 미국에 대한 향수를 느낄수 있는것 같다. 잠깐 계시다 가실 신부님께 자랑을 하는데, 그 형님은 가차없이 후려치고....
무식해서 용감했었다. 내게도 그런 젊음이 있었구나. 지금 나는 이 모양이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