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래도 열심히.....

이슬과 노을 2022. 9. 7. 00:49

도대체 나는 언제 철이 들까?

내가 만족할 만큼의 모습이 되어질까?

이제는 이미 세월이 너무 멀리 달아나서 붙잡지 못하는데, 아직도 그건 하나의 바램일 뿐

포기하지않고 열심히 노력한다. 이즈음의 나는 치열하게 살며, 한편 또 다른 내가 되어 책을 붙잡고,

일을 붙들고 음악도 들으면서 생활한다. 뒤돌아보는 시간대신, 다가오는 내 시간에 충실하려고 한다.

허긴 이 낯선 시골에 이사해서 사고를 겪고 힘들어, 또다른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것을 견뎌내고

이제는 워커를 끌고 의지해서 정문앞에 편의점에 가서 우유도 사오고 과일도 사온다.

금요일마다 추럭을 아파트 정문앞 그 자리에 세워두고 있는 과일 아저씨가 내 짐을 꼭 들어다 준다.

애기아빠? 청년같은 그는 천성이 그런것 같은, 사람냄새가 충분히 나고 나를 미소짓게도 해줄만큼

친해졌다. 어른대접을 깍듯이 하는 모습이 정스럽다. 불쑥 내게 다가와서 짐을 뺏어들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선다. "에고 고마워라. 아저씨는 복 받을거얘요" 내가 하는 아부성멘트이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앞에 놓아두고

씨익웃으며 꾸벅 절까지 하고 돌아간다. 말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냥 웃지요"  그의 구수하고 따뜻함을 누구나, 아니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덜 험하고 무섭지 않을텐데.... 하면서 나도 "...그냥 웃지요"로 답한다.

아파트가 외져서, 산자락에 있어서, 외출하려면 call 택시를 불러타고 나가야 하고, 그것도 병원에 가는 날에야 큰마트에

들려서 5만원어치 이상을 사서 박스를 만들어서 내가 포장해놓고 주소를 써놓고 와야하니, 그래도 주부래서, 그런 낭비는

익숙하지 않다. 오늘은 신기하게도 컴을 두두리는 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여준다.

"있쟎아요? 내 컴 속도가 어느정도냐 하면, 청와대 출입기자 흉내를 낼만큼 하다는 거 알아요?" 남편에게 괜히 한마디 하고 다시 앉아 두드리던 그때가 행복했었다. 이제 그가 없는 자리를 아파하며 장애자모습이 되어있어서, 더욱 더 열심히 뭔가를 쓰는 일상에 의존한다.청와대 출입기자의 만분의 일이라도, 수준이래도 그런 농담을 할 때가 좋았음을 이제 느낀다. 사무치게 그립다. 이 워커를 제쳐두고 당당히 걸을 수 있을때가 오긴 할 건가? 야속하다. 내 다리가!

                                               2015. 0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