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끝에 좋은 나들이!
도저히 이기지 못해, 하루당겨서 도서관에 가서 좋은 하루를 보내고, 말끔히 씻어버렸다.
책속에 묻혀서, 책꽃이 사이를 누비며 뒤적이는 마음또한 이렇게 산뜻할 수가 있다니...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무서운 생각이 염려와 달리 많이 힘들지 않았다. 메리와 밍크생각으로
위로를 받은것인지, 결국은 하루 앞당겨 서둘러 책반납을 하고, 또 빌려갈 7권의 책을 골라 담아놓고
4층에 올라가 한편의 영화를 보았다. 항상 생각은 하면서 쉽지가 않았는데, 오늘은 영화한편까지 감상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더 이상의 분노,고뇌에 나를 빼앗기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그것이 오늘의 좋은 하루가 준 선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덴의 동쪽" 등 아주 옛날의 명화속에 선택한 "폭풍의 언덕" !
좋은 선택이었고, 배경처럼 계속 깔리는 폭풍우와 폭설이 주는 짜릿하고 시원한 기분이 내 마음을 씻어주는듯
강렬했다. 당연히 거쳐간 기억인데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느낌은, 내 마음이 그만큼 폭발직전의 상태였구나
깨달아졌다. 꼭 4일을 격렬하게 아파내었다. 그리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말고 인연을 끊자. 단 1분도 내 시간을
뺏기지말자. 침묵! 그것이 최선의 길이다" 결롡짓고 있음을 깨달았다. 일상이 그러했지만, 내 식으로 살아내자.
그녀는 나의 이러한 분노와 고통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힘들게 했지만, 내 자존심까지 내어주지말자.
참, 산다는 것이 나처럼 이렇게 굴곡이 심할 수 있을까? 몸이 불편해서, 집을 나서기만 하면 누군가의 눈에 띄고
도움을 받을 때의 그 참담함이란.... 이런 몸으로 3주에, 7권의 책에 쏟아붓는 집중은, 나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고
위로, 그리고 "앎"으로 채워지는 듯한 착각을 스스로 하는 일이다. 그나마 컴퓨터에 고스란히 옮겨담고 프린터로 빼놓
느라고 이 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절대 오래 앉아있지말고 무조건 서성이거나 누워있으라는 의사선생님을 떠
올리면서도, 장시간을 컴과 싸우는 이 무모한 도전을 나는 멈출 수가 없을것 같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를 가엾다고 하리라. 그러나, 오늘같은 좋은 하루 때문에 다시 시작해본다. 다시 또 무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