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장소부에게 지어 응답하다
밤은 깊어 괴로운데 물시계 치는 소리 늙으니 고효함이 좋아져서
남은 향기 감도는 따뜻한 화로 매사에 마음이 가지 않네
어렴풋한 새벽이 창문에서 밝아오는데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대책 없어
닭 우는 소리 처량하고 달빛 흐르네. 막연히 옛 고향 숲으로 돌아가는 줄만 알았어라.
--조선 김삼의당-- 솔바람이 풀어 놓은 허리띠에 불고
산에 뜬 달은 타는 금을 비추네
눈 그대는 내게 통달한 이치를 묻는데
강 위로 날 저무니 봉우리들 차가운데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은 곳으로 들어온다.
가볍게 비스듬히 눈 내려 마음이 한가로워라. --당의 시인 왕유--
흰머리 낚시 노인 푸른 삿갓 썼는데
제몸이 그림사이에 있는 줄 어찌 알까? 感 遇
--조선 홍간-- 강남 땅에 단귤나무 있어
겨울 지나도 여전히 푸른 숲이네
밤 사이 내린 눈 어찌 그 땅이 따뜻해서리요
이불과 베개가 차가운게 의아하다 했더니 스스로 추위 이기는 마음이 있다네.
그 위에 창문의 빛이 환하게 보이기까지 하네. 반가운 손님에게 돗자리를 깔아 드릴 수 있지만
밤 깊어 눈이 무겁게 내린 걸 알게 된 것은 가로막음이 무겁고 깊은 것을 어찌하리요
가끔 대나무 꺽이는 소리 들려서라네. 운명이란 단지 우연히 만나는 것일 뿐
--당의 백거이-- 돌고 돌아 억지로 찾지는 못하리
부질없이 복숭아와 오얏만 심으라고 말을 하지만
이 나무엔들 어찌 쉴 만한 그늘 없으리
친구에게 묻다
새로 빚은 술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원진에게 장난삼아 답하여
작은 화로는 빨갛게 불 피어오르네. 봄바람 하늘 끝까지 이르지 않았는지
날은 저물고 하늘엔 눈 내리려 하니 2월 산성에 아직 꽃핀 것을 보지 못했네
한잔 술 마시지 않고 되겠는가? 잔설이 나뭇가지 누르고 있는 데도 귤이 있고
--당의 백거이-- 차가운 우레 소리에 죽순이 놀라 싹트려 하네
밤에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들으니 고향 생각 간절하고
매화 병든 몸으로 새해를 맞으니 고운 경물에 울컥해지네 일찍이 낙양성에서는 꽃 속의 나그네
개울가에 한매는 이미 피었을 텐데 들꽃이 늦어도 한탄할 필요 없다네. 벗은 매화 한 가지 꺾어 보내지 않는구려 --송의 시인 구양수-- 하늘 끝인들 어찌 꽃이야 없겠나만
무심한 그대 향해 술잔을 드네.
--송의 시인 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