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허난설헌 87수ㅡ6

이슬과 노을 2022. 7. 2. 11:16

63. 봉래산 가는 길 바다가 천 겹 둘러

     오백 년 걸려야 한 번 건너보는구나.

     꽃 그늘 아래 구슬같이 맑은 숲 걸려놓고

     푸른 대나무 청룡으로 변치 않게 하시네.

 

64. 푸른 사슴 타고 봉래산에 들어가니

      꽃 아래 신선들 목청껏 웃으시네.

      다투어 말하길 너는 무리중 고르기 쉬워

      칠성부가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에 있으니

     

65. 주궁에 문 닫으니 추녀 풍경도 고요해

     돗자리에 바람부니 다락도 서늘하네

     외로운 학 바다 속 뜬 달에 놀라고

     퉁소 소리는 푸른 구름 속에 울리네. 

 

66. 후토부인 백옥경에서 지내면서

     한 낮에는 마고선인과  잔치하네.

     젊은 위랑은 마움도 심히 느긋해

    얇은 비단 폭에 오악도 그리다 말았네

 

67, 농옥 따라 한가롭게 하늘거리 걸으니

      발아래 향기로운 티끌 신에 묻지 않네.

     앞에서 이끄는 흰 기린 서른여덟 마리.

     뿔끝에는 모두 작은 금페 달았네.

 

68. 자양궁  궁녀들 단사 받들고

     서왕모 명령으로 무제의 궁성 지나네

    창 밑에서 뜻밖에 동방상  만나 웃고,

    헤어져 돌아오니 복숭아꽃 여섯 번 피었네.

 

69. 외로운 밤 요지에서 옥황님 그리는데

     서른여섯 봉우리 뒤 달만이 밝구나

     난새의 피리소리 그치고 하늘도 고요한데

    옥청궁에 계신 그대 잠이나 드셨을까.

 

70. 동황이 심은 살구나무 일천 년 되니,

     가지위 꽃 봉우리 아지랑이에 가렸네.

     때마침 난새 타고 옛동산을 지나다가

    꽃송이 꺾어서 옥황님께 바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