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후제 소세양을 보내며
해와 달이 너그럽지 않아 은은한 달빛, 뜨락 오동나무는 피 다 떨어지고 계절이 어젯밤으로 바뀌었네. 서리 맞은 들국화 노랗게 익어가고
가을매미는 그침없이 울고 누각은 하늘로 한 자나 높아지고
제비는 이미 나그네 신세되고 사람들은 취하였소. 술을 천 잔이나 마셨다오,
펑소 홀로 가기를 바랐지만 흐르는 물소리는 싸늘한 거문고 가락과 어울리고
벼슬을 그만두는 것 또한 사람탓이니 매화나무 피리소리에 젖어 꽃 없이도 향기로워라.
무슨 일로 육신의 부림에 매이고 사는 것인가? 내일 아침 우리 서로 이별한 뒤에
--당의 두보-- 헤어져도 마음일랑 저 푸른 강물처럼 길이 이어요.
--조선의 황진이--
가을바람의 노래 눈과 방명록
어디선가 가을바람 이르러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쓸쓸히 기러기 떼를 보내도다 채찍 들어 내 마음을 그 위에 썼지.
아침나절 마당나무 사이로 들어오니 바람이 불어서 땅 쓸지마라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그 소리를 듣는구나.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렴
-- 당의 유우석-- --고려의 이규보--
눈을 노래함
추포의 노래 아직 밤 아닌데 봉우리마다 달이요.
백발이 삼천 길이나 자랐으니 봄 아니지만 나무마다 꽃이 피었네.
근심으로 그렇게 길어졌나 천지에 오직 한 점 검은 빛은 맑은 거울속 성 위에 저물녘 돌아가는 까마귀 한마리.
어디서 가을 서리를 얻었는지 모르네 --조선의 정창주--+
--당의 이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