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 雲 (고운) 崔致遠
제가 열두 살때, 집을 떠나 서쪽으로 가고자 배를 타려 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훈계
하셨습니다. "십 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지 못하면 내 아들이라고 말하지 말거라.
나 또한 자식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 가서 부지런히 공부에 힘을 다하거라."
저는 그 엄한 말씀을 마음에 새겨 잠시도 잊지 않고, 상투를 대들보에 걸어매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가며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자 실로 남이 백 번 하면 저는 천 번
하는 노력을 하여, 유학길에 오른 지 수년만에 제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계원필경집 서문" 중에.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나는 헛된 일을 하지 않으니 너는 잘 들어라.
근래 우리나라는 더러움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허물을 용서해 주는 은혜가 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지방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거늘 너는 도리어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개가 사람을 물어뜯고 주인에게 짖는 격이다.(.......) 이처럼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푸
셨거늘, 너는 나라에 그 받은 은혜를 배신하는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
--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분.-- 중에
봄바람
너는 바다 밖에 새로 불어와
새벽 창가 시 읊는 나를 뒤숭숭하게 하지.
고마워라. 시절 되면 돌아와 서재 휘장 스치며
내 고향 꽃피는 소식을 전하려는 듯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