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유선사 87수
이슬과 노을
2022. 6. 27. 23:00
27. 등륙을 재촉하여 천관을 나오는데
바람과 용을 밟으니 추위가 뼈에 스며요.
소매 속의 구슬 먼지 삼백 섬이나 되니,
흩날리는 흰 눈송이로 인간세계에 내리네.
28. 바다는 넓고도 멀어 하늘에 닿았으니,
옥비는 말없이 동풍에 몸을 기대네.
봉래산 삼천 리 꿈을 깨고 나니
소매에 울음자국 붉은 반점으로 아룽져.
29. 복비가 한가롭게 붉은 도포 마름질,
흰 손으로 부비런히 가위질 하시네.
눈썹에 잠 흔적 꽃 그림자 한낮이니
옥황께서 푸른 도포 내려 주셨네.
30. 화표진인이 간밤에 학 타고 돌아오니
육수옷에 계수나무 꽃향기 가득하네.
한가히 학 타고 단 위에 돌아오니
해돋는 구슬 숲에 이슬 맺혀 촉촉하네.
31. 금화산 석실에서 사십년 살았더니
노형은 울림천을 찾아 오셨구려.
사립열고 달 아래 피리 불던 인간사,
웃으며 시내 남쪽 백옥경을 가리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