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
어린 종이 창틈으로 와서는
소리 죽여 하는 말 "아가씨,
친정이 사무치게 그립다면
내일 가마를 보내라할가요?"
--이옥--
우상에서 체직되어
무인년 범띠 해 봄이 완전히 저무는데
오나라 소는 헐떡거림을 멈추지 않네.
막 우의정을 사직하고 바로 판중추에 나아갔네.
영예로운 은택 바다처럼 깊은데 자애로운 은혜는 타락처럼 빛나네.
탁주가 싫어 청주를 즐겼지만 노수신은 몇 년이나 머물게 할까?
-- 노수신--
중앙절 하루전에
중앙절을 끌어와서 막걸리를 전당 잡혀 샀네.
국화는 너누 늦게 피기에 안전에 피라고 분부하노라.
-- 이명한 --
산길을 가다가 흥이 일어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를 엮는데
작은 개울 봄물에는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푸른 산 끝난 곳에 갈 길은 멀지만
등나무 한 가지 꺾어 어깨 위에 둘러매네.
-- 김시습 --
무제
죽장망해로 종일 발길 닿는 대로 가노라니 산 하나 다 간 곳에 산 하나가 푸르다.
마음에 생각 없으니 욕체의 부림 받으랴 도는 본디 이름없으니 가짜로 이를쏜가?
간밤의 서리가 마르지 않아 산새 우는데 봄바람은 부단히 불어와 들꽃이 훤히 웃네.
짧은 지팡이로 가노라니 산이 다 조용한데 푸른 절벽 자욱한 안개가 저물녘에야 갠다.
-- 김시습 --